올해 또 다른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혀온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에서 급락장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 대형사고가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현대엔지니어링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의 경쟁률은 70~80대 1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형 공모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낸 크래프톤(243대 1)보다도 못한 수치다. 사실상 흥행 실패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막판에 몰리면서 경쟁률이 이 정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대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공모가는 희망밴드(5만7900원~7만5700원) 하단인 5만7900원에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공모 규모는 상단 기준 1조2112억원에서 9264억원으로 쪼그라들고, 상장 이후 시가총액도 6조525억원에서 4조6293억원으로 감소한다.
최근 국내 증시 급락과 HDC현대산업개발 사태가 겹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발(發) 조기 긴축 우려로 코스피는 이날 2720선까지 주저 앉았고, 현대산업개발의 광주광역시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침체됐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후로 수요예측과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자금 이동이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한편 이번 IPO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34만주, 정몽구 명예회장은 142만주를 처분할 계획이다. 공모가가 예상 범위 상단으로 결정되면 각각 4000억원,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공모가가 하단까지 떨어지면 이들의 구주매출은 각각 3000억원, 800억원으로 준다.
현대엔지니어링 공모가는 오는 28일 확정된다. 이어 설 연휴 직후인 내달 3~4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이 진행된다. 배정 물량은 400만주 이상이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고, 현대차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은 인수단으로 나선다. 상장 예정일은 2월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