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붕괴사고' 등으로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흥행에도 실패했다.
상장을 통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기반을 마련하고 신사업을 확대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IPO 일정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 26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현대엔지니어링, 흥행실패…공모가 하단 유력(1월 26일)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한 데다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여파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건설업종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상장으로 최대 1조 2000억원가량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제시한 공모가는 5만 7900원에서 7만 5700원으로, 상단 기준 시가총액이 6조원을 넘어선다. 상장과 동시에 국내 건설 업계 대장주에 오르는 수준이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총 1600만주 가운데 75%가량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기존 주주가 처분하는 물량이다. IPO를 통해 유입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의 신사업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상장이 기업가치 상승보다는 정 회장의 승계를 위한 실탄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지속해서 나왔다. 하지만 상장 철회로 이런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관련기사: 현대엔지니어링 IPO,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열쇠'(1월 19일)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사업 확대 계획에도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주 모집을 통해 최대 3000억원을 끌어들여 이를 전부 신사업에 쏟을 예정이었다.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자원화, 차세대초소형원자로 사업 등이다.
오는 2025년까지 총 1조 5000억원, 2030년까지 3조원을 투입해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이 되도록 규모를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보유 현금이 1조 8000억원가량으로 충분한 편이다. 시장 분위기가 나아지면 향후 상장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심 통과 기업은 6개월 이내에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도전의 기회는 남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