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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IPO,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열쇠'

  • 2022.01.19(수) 06:30

[현대엔지니어링 IPO]上
정 회장, 구주매출 3000억~4000억 승계 실탄 확보
지분율 11.7 → 4.5%…추가 매각 언제 '촉각'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눈앞에 뒀다. 적정 시가총액은 약 7조원. 계획대로라면 단숨에 건설업계 대장주가 된다.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번 상장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쥐게 될 실탄 규모와 이에 따른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이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어떤 식으로 강화할지도 관심사다. 이번 상장의 의미와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11.7%.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의 시선은 한 곳에 쏠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보유 지분이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를 현금화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정의선 회장에 대한 승계)에 쓸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 회장이 지분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그룹 안팎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IPO를 통해 정 회장이 실탄을 확보하는 셈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 코스피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당시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비상장 주식 시세를 고려하면 시가총액이 7조 50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상장 프리미엄 등으로 시세가 더욱 오르면서 지난해 연말 들어선 시가총액이 9조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런 점 등을 근거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정 회장이 쥘 수 있는 현금은 1조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나왔다.

최대 4000억원 확보…공모가 산정 논란도

지난해 12월 10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희망 범위는 5만 7900원에서 7만 5700원 사이다. 정 회장의 경우 구주매출로 534만 1962주를 내놓기로 했다. 이를 고려하면 그가 당장 손에 쥐는 자금은 3000억에서 4000억원 정도가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시한 적정 시가총액은 7조 1120억원가량이다. 애초 최대 10조원에 달할 거라는 시장의 전망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대로 이마저도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희망 공모 상단 가격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6조원가량이다. 이는 단숨에 국내 건설업계 대장주로 올라서는 규모다. 건설업계 시가총액 1위이자 현대엔지니어링의 모회사 격인 현대건설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5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희망 공모가를 책정하면서 유수의 글로벌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을 비교 대상 회사로 정한 점도 논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설사 3곳과 외국 기업 9곳을 비교회사로 정했다. 이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1년 치 현금성 영업이익의 몇 배인지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자사의 기업가치를 산출하는데 활용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에 넣은 외국 기업들의 경우 국내 건설사보다 훨씬 더 기업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 화살은 정 회장을 향하고 있다.

이번 상장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 주주들이 내놓는 구주매출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총 1600만 주 중 75%가량이 기존 주주가 처분하는 물량이다. 결국 상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의 상당수가 기존 주주들에게 가는 구조다.▶관련기사: [공시줍줍]현대엔지니어링 증권신고서 읽어보기(1월17일)

기업 경영을 위한 투자재원, 자금조달보다는 정 회장을 포함한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크다는 점에선 현대엔지니어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공모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보다는 정의선 회장의 승계를 위한 실탄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구주매출의 비중이 75%에 이른다면 굳이 IPO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며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자금 마련 목적이고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당분간 우상향' 기대하는 이유

시장에선 상장 이후 남아 있는 정 회장 지분에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상장 후에도 약 356만 주, 4.5%의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밖에 정몽구 명예회장과 현대글로비스,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이 남는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정 회장이 향후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적정 수준만큼 사들이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 또한 지속해 높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앞으로도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 지분에 대한 추가 구주매출이 단기에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이후 실적 성장과 신사업 확대를 통한 점진적 기업가치 극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은 장외가격 대비 공모가를 현실화해 시장 공감대를 얻어낸 뒤 상장 후 성장성을 부각하는 그림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회장을 포함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상장 뒤 6개월 간은 매각할 수 없다. 이후에는 이론적으로는 언제든 자금이 필요하면 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 잠재력을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특히 건설업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정책과 거시경제 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전통 산업군'에 속해 있는 만큼 어떤 미래 청사진을 그리느냐가 성장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폐기물처리 시장 진출 등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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