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GS건설과 대우건설 등 비교대상 국내건설사)도 우수한 회사이긴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투자 자금 여력이나 높은 신용등급, 재무 우수성 등으로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로 경기 변동에도 지속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
내달 1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이 막바지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25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상장을 계기로 에너지·친환경 등 신사업을 강화, 제2의 도약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김창학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사전에 취합한 질의에 대한 응답으로 진행했다.
"탄탄한 포트폴리오, 충분한 현금 등 경쟁력"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시한 공모가는 5만 7900원에서 7만 5700원 수준이다. 상단 기준 시가총액이 6조원을 넘어선다. 상장과 동시에 국내 건설 업계 대장주에 오른다. 앞서 114조원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또 하나의 IPO 대어급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상장 건설사인 현대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의 시총은 3조~4조원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를 훌쩍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관련 기사: IPO 대어 현대엔지니어링…건설 한계 벗고 '신사업' 어필할까(1월 20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의문에 '차별화한 경쟁력'을 내세웠다. 향후 신사업을 확대할 만한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재무 건전성도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김창학 대표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투자자금 여력과 신용등급, 재무적 우수성 등 향후 주가 형성에 있어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며 "특히 플랜트와 건축·주택 사업의 균형, 해외와 국내 사업의 조화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경기 변동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 2020년 말 기준 매출 비중은 플랜트·인프라 45.5%, 건축·주택 43.5%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국내외 매출 비중도 각각 50%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지난 2010년대 이후 해외 건설 경기 침체와 국내 부동산 시장 활황에 맞춰 사업 역량의 70~80%를 국내 사업 중심으로 재편한 국내 경쟁사들과는 차별화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자사의 공모가와 시가총액을 산정하기 위해 유수의 글로벌 건설·플랜트 업체들을 비교회사로 선정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가치가 높은 해외 업체들을 비교군에 포함해 기업가치를 과하게 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창학 대표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과 경험에 기반을 둔 회사로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경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글로벌 플랜트 회사들을 비교 대상군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과 포트폴리오가 비슷하고 재무적 유사성 가진 기업을 선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또 우수한 재무 상태와 충분한 현금 여력도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26.3%로 국내 건설 업계 최고 수준이고, 부채비율 역시 59.4%로 최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유한 현금도 1조 8000억원으로 충분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로서 그룹사와의 시너지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현대차 신사옥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설 등 그룹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모 주식 중 구주매출 비중(75%)이 높다는 지적과 향후 사업자금 조달 등을 위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할 경우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추가로 대규모 신주는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며 "신사업 투자 자금은 이미 보유한 현금과 이번 신주 모집으로 대부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들의 향후 지분 처분 가능성에 대해서는 "6개월 뒤 보호예수 물량 매도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불확실한 수주 산업, 신사업 확대로 보완"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오는 203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해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이 되도록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에 더해 보유 현금과 향후 영업이익으로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향후 추진할 신사업으로 △폐플라스틱 수소화 △암모니아 수소화 △차세대소형원자로 △발전소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기물처리 등을 제시했다. 이중 차세대 초소형원자로 사업의 경우 올해부터 매출이 예상되고, 나머지 사업의 경우 2023~2025년 사이에 의미 있는 매출액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창학 대표는 "신사업을 통해 (안정적 운영이) 불확실한 수주 산업을 보완할 것"이라며 "6개 신사업 모두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동안 해온 플랜트 사업의 연장선으로, 기술적인 면에서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데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등으로 건설주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이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은 현대산업개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회복 가능성이 확실하게 확인됐다"며 "회사의 도약을 위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으로, 비록 주식시장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주주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판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