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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무산…지배구조 어찌할꼬

  • 2022.02.08(화) 10:47

IPO로 종잣돈 마련 계획 틀어져
현대모비스 분할 등 시나리오 제기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번 상장 과정에서 4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해 지배구조 개편의 종잣돈으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했는데, 이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기하고 있다.

핵심은 현대모비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 중이다. 그룹사 간 서로 지분을 보유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조란 얘기다.

현대차그룹의 여러 순환출자 고리 중 핵심이 되는 곳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이 순환출자의 지분 구조를 보면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16.53%(보통주·우선주 포함)를,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8%를,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3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중 핵심 계열사가 현대모비스인 셈이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은 약하다. 그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승계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된다는 얘기다.

향후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7.15%) 일부를 정 회장이 물려받더라도 지배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업계에서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구주 매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할 것이란 추측이 나왔던 이유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구주매출(534만1962주)을 통해 약 3093억~4044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자 지난달 28일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무산됐지만 또 다른 지배구조개편 작업은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 중 3.29%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에 매각했다. 정 명예회장도 같은 날 4103억원에 자신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전량(6.71%)을 칼라일에 넘겼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개정 공정거래법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 입장에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주식 매각을 통해 현금 6100억원을 확보했다. 업계는 이 주식매각대금도 향후 승계 작업의 밑천으로 활용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지배구조 개편 속도"

/사진=현대차 제공

업계는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을 크게 두가지로 관측하고 있다.

첫번째는 정 회장이 직접 기아가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아→현대모비스' 순환출자 고리를 약화시키거나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기아 입장에서도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각해 개인 주주들의 배당을 확대하거나 미래 산업을 위한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적인 면을 고려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기아가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 17.33%를 매입하기 위해선 4조~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직접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가장 깔끔한 방법이면서도 가장 비싼 값을 치르는 지배구조 개편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두번째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기업을 쪼개는 방식이다. 현대차 지분을 보유하게 될 신사업·투자 부문과 실질적인 사업을 맡게 될 모듈·AS 부문으로 기업을 분할하는 것이다. 인적 분할을 하게 되면, 정 회장은 기아가 보유하게 될 신사업·투자 부문인 현대모비스 주식만 확보해 그룹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 등의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과 정 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 주식을 맞바꿀 수 있단 얘기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 19.99%, 현대오토에버 7.33%를 보유 중이다. 만약 이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되면 '정 회장→현대모비스(지주사)→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사업)·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로 지배구조가 개편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두 법인 모두 상장을 유지한 이후,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주사 부문 지분과 교환할 수 있다"며  "어떤 방식이든 (올해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 증대 등을 통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증가된 정 회자 지분 등을 매각해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국에 위치한 로봇 전문기업으로 2020년 현대차그룹이 지분 60%를 인수할 당시 정 회장도 개인적으로 2491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취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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