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이후 이어지던 아파트값 반등세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입니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2주 만에 다시 줄었는데요. 서울의 경우 지난 8월 이후 상승 폭을 더 이상 키우지 못하며 횡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수요자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빠른 회복세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최근 시중 대출금리도 오르면서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소폭 상승에 그치는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세 속 오름폭 줄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6%를 기록하며 전주(0.08%)보다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2주 만에 다시 오름세가 둔화한 건데요. 집값 상승세를 유지하면서도 상승 폭은 늘었다 줄었다 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상승 폭을 확대했던 수도권(0.13%→0.09%)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방(0.03%→0.03%)의 경우 3주째 같은 상승 폭에 머무르고 있고요.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역시 0.07%를 기록하며 전주(0.10%)보다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지난 8월 셋째 주에 0.14%를 기록해 고점을 찍은 이후 더 이상 반등하지 못하고 횡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 내 자치구별로 보면 우선 그간의 집값 반등을 이끌었던 강남 4구의 상승세 둔화가 눈에 띕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0.07%를 기록하며 전주(0.11%)보다 오름폭이 줄었습니다.
외곽 지역의 노·도·강 지역의 상승 흐름이 더욱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인데요. 노원구(0.05%→0.01%)와 강북구(0.04%→0.00%)의 경우 보합에 가까운 변동률을 보였습니다.
매매가격에 이어 반등 흐름을 보이던 전셋값 상승세도 둔화했는데요. 서울(0.16%→0.11%)과 수도권(0.23%→0.17%), 지방(0.04%→0.02%) 모두 전셋값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연휴 등 영향으로 매수 문의나 거래가 감소했다"며 "시중 금리 인상 우려에 더해 주요 단지의 매도 희망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며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요·거래량 줄어…"내년 소폭 상승 그칠 것"
집값이 빠르게 회복하며 전고점 수준에 다다르자 수요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실제 매수 심리가 위축하고 있기도 하고 올해 내내 증가하던 거래량도 정체하는 모습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9를 기록하며 3주째 같은 수치에 머물렀습니다. 서울의 경우 88.4를 나타내며 4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지수는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파트 거래량 증가세도 주춤하는 모습인데요.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883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로 보름 이상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전달(3838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시중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대를 넘어섰는데요. 이에 따라 관망세로 돌아선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며 "집값 상승에 금리까지 올라 주택 구입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급하게 매수하는 대신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경기를 전망하는 보고서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최근 '2024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집값이 오르기는 하지만 소폭에 그치는 최근의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주택 시장은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크고 차주별 DSR 규제로 가계의 차입 여력이 낮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크게 늘기는 어렵다"며 "주택 가격은 2023년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