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혁신 아이콘으로 글로벌 1위 기업에 올랐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다시 수개월 만에 이 위기에서 벗어났다. 바로 미국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다. ▷관련기사: 위워크코리아, 포트폴리오 재정비 완료…을지로점만 정리(6월2일)
15년차 기업이 겪었다기에는 참으로 '파란만장'한 역사다. 위워크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지난해 11월 미국 뉴저지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기업회생절차(이하 챕터 11)에 돌입했다. 지난 6월11일(미국시간)엔 기업회생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약 7개월 만이다. 통상 1년 반이 걸리는 기업회생절차를 절반의 기간 만에 마쳤다.
그러나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고금리 장기화와 원격근무 보편화로 공실률 회복이 더뎌서다. 위워크는 정말 위기에서 벗어난 것일까.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환경 역시 가혹하다.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전통적인 상권 내 상가 공실률이 크게 늘었다. 무분별하게 늘어난 지방 지식산업센터에도 주인 없는 공실이 부지기수다. 다행히 오피스 시장은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코로나 기간 공유 오피스 시장이 겪은 어려움은 혹독했다.
하지만 위워크 한국지사인 '위워크 코리아'는 오히려 '성장해 왔다'고 말한다. 팬데믹 기간 위워크 내 한국의 매출 비중은 2배(2%→4%)로 뛰었다. 챕터 11로 미국시장이 축소된 영향도 있지만 괄목할 만한 수치다. 한국은 위워크가 영업 중인 37개 국가, 120개 도시 가운데 뉴욕, 런던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일각에서 나오는 대규모 차입금, 이자비용 등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오히려 기업회생 과정에서 변경된 본사 최대주주를 통해 프롭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로드맵도 그리고 있다.
한국시장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팬데믹 초창기인 2020년 4월 한국지사장에 부임해 매년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 중인 전정주 지사장(General Manager)을 만나 위워크 코리아의 차별성과 전략을 들어봤다.
공유오피스 몰락?…"한국은 전혀 다른 시장"
2010년 미국에서 태동한 위워크는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이뤘다. 위워크는 '오피스 패러다임'을 바꿨다. 틀에 박힌 사무실 근무에서 벗어나 멤버십을 구매하면 누구나 대기업 이상의 시설과 지리적 위치, 전망에 더해 다양한 기업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했다. 이는 스타트업 성장과 더불어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공유경제 아이콘으로 부상한 위워크는 기업가치가 한때 470억달러(약 62조원)로 치솟기도 했다. 2019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투자받았다. 그러나 빠르게 지점을 늘리는 과정에 탈이 났다. 멤버십을 저렴하게 팔아 매출을 늘리다 보니 비용과 손실을 투자금으로 메꾸는 상황이 됐다.
2021년 기업공개(IPO) 당시 시가총액은 2019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90억달러(약 12조원)로 줄었다. 코로나를 거치며 고금리 장기화 재택근무 증가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며 2023년 말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위워크는 챕터 11을 거치며 전세계 모든 임대인과 재협상에 나섰고 이중 190개를 재협상, 170개 이상 손실 지점을 정리해 연간 임대와 임차비용을 8억달러 이상 줄였다. 미래 임차비용은 50% 이상(120억 달러) 절감했다. 과거 매출의 40~50%수준으로 높았던 판관비도 현재 17~20%(예측치) 수준으로 낮췄다.
40억달러 규모 부채는 주식으로 전환했으며, 4억달러 규모 신규 자본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야디시스템즈(Yardi Systems)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아난트 야디를 새 대주주로 맞으며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1위 기업의 파산 위기 소식은 전세계 공유오피스 시장 전반에 위기설을 불러왔다. 한국 역시 영향을 피하진 못했다. 위워크 코리아는 지난 2일 국내 19개 지점 중 주요 업무지구 중 1곳인 을지로지점을 폐쇄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쳤다. 한국지점은 19개에서 18개(서울 16개, 부산 2개)로 줄었다.
그러나 전정주 위워크 코리아 한국지사장은 "을지로지점 폐쇄는 챕터 11에 따른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일 뿐 한국시장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공실률이 줄고, 실적호조를 통해 글로벌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앤데믹으로 전환 후에도 여전히 오피스 시장이 100% 회복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대부분 회복했다"면서 "코로나19 기간 오히려 미국시장의 위험을 헤지(분산)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위워크 코리아는 2018~2019년 매달 새로운 지점을 내는 등 빠른 성장을 추진했다. 전 지사장은 "데스크 3000개가 넘은 지점을 포함해 매달 새로운 지점을 내는 만큼 공실률이 높았다"며 "코로나 기간 신규 점포를 늘리지 않고 주요 고객들을 유치하면서 한국시장은 코로나 이전 저조한 실적에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위워크 코리아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 924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후 2021년 매출은 997억원, 2022년 1229억원, 2023년 1225억원을 기록하며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2021년 370억원, 2022년 394억원, 2023년 48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한다.
1000석 이상 대형화…한국만의 '차별화' 전략
코로나19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위워크 코리아의 원동력은 '대형화'라는 차별성에 있다. 전정주 지사장은 "공유오피스는 엄청 다양하지만 위워크는 지점별로 평균 1300석 이상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매출 차이가 지점당 2.5배 정도 차이가 있을 정도로 규모 있게 운영하고 있어 고객군이 다른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워크의 주요 고객은 메타나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IT)회사를 비롯해 국내 30대 대기업이 대상이다. 이들이 전체 지점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다. 규모가 가장 큰 여의도지점의 경우 위워크가 운영하는 11개층 가운데 1200석인 6개 층을 서울시가 임대해 사용 중이다.
전 지사장은 "강남 등에 공유오피스는 많지만 한 지점이 1200석 이상인 곳은 거의 없고 경쟁사들의 경우 1000석 이상인 지점이 1~4개 정도에 불과한데 우리는 개별 지점당 1300석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바로 '커뮤니티'에 있다. 팬더믹과 금리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점차 '무인화(無人化)'하는 다른 공유오피스 경쟁업체들과 다른 지점이다. 위워크 코리아는 오히려 '커뮤니티 매니저'인 관리인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공간에 대한 '경험'은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는 게 전정주 지사장의 설명이다.
전정주 지사장은 "코로나19, 경영악화를 겪으며 경쟁사들이 무인화, 단순 공간 공유 중심으로 바뀌는 것과 달리 위워크 코리아는 강점인 '네트워크 커뮤니티'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점 업체들의 편의를 돕고 기업 간 네트워킹을 돕는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가장 중요한 조직으로 꼽았을 정도다.
전 지사장은 이어 "챕터 11의 위기기간 위워크 코리아는 한국 10대 기업 중 8곳과 계약을 맺었다"면서 "대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곳은 국내에서 위워크가 거의 유일하며 업무공간에 더해 공용공간, 라운지 등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른 기업들과의 자연스런 네트워킹과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차별화가 우리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공간을 보유하는 것은 그만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감수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를 위해 공간 최적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운영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공간이 필요한 요구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고, 필요시 기존 고객들의 공간을 재배치하는 전략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기업의 의문? "차입금 이자비용 걱정 없어"
꾸준한 매출성장을 거뒀다지만 지난해 말 위워크 코리아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 의문'이라는 감사의견을 받았다. 총부채가 총자산 규모를 6400억원 이상 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위워크 코리아의 차입금 규모는 1954억원, 연간 이자비용은 682억원에 달했다.
전 지사장은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차입과 이자비용이 발생했다면 고금리 상황에서 자칫 파산위험이 생길 수 있지만 위워크 코리아 차입금은 100% 모회사에서 빌린 돈(intercompany loan)으로 외부 차입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초기 사업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는데 본사에서 에쿼티(자본)와 차입금 형태의 선택지 중 차입금을 선택한 것"이라며 "보통 에쿼티로 조달하지만, 한국은 송금 등 절차가 복잡해 빠른 송금이 가능하고 절차가 더 간소한 차입금 형태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목상 차입금이지만 이자비용이 나가는 등 현금흐름은 거의 없어 계속기업 불확실성 문제 등은 없다"면서 "향후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해 차입금을 에쿼티(자본)로 전환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에 충실, 모든 고객에 맞춘 공유오피스 목표"
전정주 지사장은 오히려 챕터 11을 겪으며 위워크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변했고, 우리의 예상보다 길었으며 장기간 계약한 우리 임대료 대비 낮아진 임차료 경쟁으로 챕터 11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통상 1년반~5년이 걸리는 챕터11을 우리는 7개월 만에 끝냈고 이 기간 고객들에게 기존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련을 겪으며 더 단단해졌고, 효율적인 운영과 노하우를 배웠다"고 말했다.
경영이 어려운 경쟁사들이 최근 바이오, 요리 등 특화된 공간을 제공하는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위워크는 다르다.
전 지사장은 "챕터 11이후 대주주가 바뀌며 해외는 중소 시장 공략 전략도 계획하고 있지만 한국은 시장이 다르고 자율성을 높게 가져가고 있어 당분간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주주 변경도 긍정적으로 봤다. 아난트 야디가 운영중인 야디시스템즈는 B2B중심의 부동산관리 전문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다.
전 지사장은 "야디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을 관리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위워크와 결합해 새로운 컨슈머브랜드로 성장시키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야디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결제시스템과 보안 등 이유로 미뤄진 시간단위결제상품(On Demand) 도입과 실시간으로 공유오피스를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등 네트워크를 확대해 프롭테크 회사로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유오피스는 아직 초기단계 시장로 연간 15%의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야디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상업용 오피스 시장에서 공유오피스 비중이 2%에서 2030년 30%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5~6년 전만해도 공유오피스는 기업이 사옥을 이전하는데 선택지에 없었지만 이제는 선택지의 하나로 자리잡았다"면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강점인 위워크 문화를 지키고 내실을 다지면서 안정성을 확보해 계속해 국내 1위를 수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