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2주째 상승한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유독 꿈틀대는 모습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네요. 5년 만에 족쇄가 풀린 지역에선 벌써 신고가 매물이 속출합니다.
강남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불길은 어디까지 번질까요? 하지만 서울에서도 비강남권 일부는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에 신음하고 있죠. '집값 양극화'만 더 벌어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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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해제 효과, 언제부터?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2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집값은 0.02% 올라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전주 상승률은 0.021%, 이번 주는 0.023%로 조금씩 상승 쪽으로 나아가는 추세죠.
부동산원 측은 "재건축 추진단지 등 선호단지에서 매도자 우위 시장을 보이며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그 외 단지에서는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며 지역·단지별 상승·하락이 혼재돼 나타나는 등 서울 전체 상승이 지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30일 기준) 40주 만의 상승을 마치고 보합으로 접어들었어요. 2월 들어 다시 상승을 시작했죠. 특히 강남 3구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강남 3구는 지난해 1분기부터 상승 전환한 뒤 줄곧 오름세를 이어왔어요. 올 들어 상승세가 잠잠하더니 2월 들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죠.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를 열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그 후 규제 해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번 주 서초·강남·송파구 모두 전주 대비 상승률이 높아졌어요. 서초구 집값 상승률은 1월 둘째 주만 해도 0.02%에 그쳤으나 매주 상승률을 키워 2월 첫째 주 0.06%에서 이번 주 0.11%로 올랐어요.
1월 둘째 주(13일 기준)만 해도 보합을 유지하던 강남구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지난주 0.03%에서 이번 주 0.08%로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송파구 집값 상승률도 지난주 0.13%에서 이번 주 0.14%로 높아졌고요.
상승 불씨가 번진 걸까요. 인근 강동구는 지난주 집값이 0.03% 하락했으나 이번 주는 0.06% 상승 전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지난 12일 마침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결정, 호가가 크게 뛰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내 14곳의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모든 아파트(291곳)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습니다. 유지된 곳은 대치동 은마, 개포우성 1·2차, 잠실동 주공5단지, 아시아선수촌 등입니다. ▷관련기사: 토허구역 해제…'잠삼대청' 웃고 '압여목성' 울었다(2월12일)
규제 해제 전후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의 호가가 23억원에서 24억5000만원으로 뛰었고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같은 평형의 호가도 28억원으로 직전 최고 거래 가격 대비 1억5000만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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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데만 오르네'…여기저기 양극화
강남에서 시작된 열기가 어디까지 번질까요. 아직까지는 큰 영향은 없는 듯합니다. 비강남권에선 오히려 집값 하락 지역이 늘었거든요.
2월 첫째 주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하락 지역이 7곳이었죠. 이번 주는 종로·서대문(-0.02%), 동대문·중랑·성북·관악(-0.01%), 도봉(-0.06%) 등 12곳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영끌족 성지'로 불리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이번 주 모두 하락했습니다. 노원은 지난주 -0.03%에서 이번 주 -0.02%로 하락 폭이 소폭 줄었지만 강북은 -0.01%에서 -0.03%, 도봉은 보합에서 -0.06% 하락 전환했죠.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지는 모습인데요.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도 분위기가 싸늘합니다. 수도권 집값은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3%로 하락 폭이 확대됐어요.
인천(-0.08%)은 전주 수준의 변동률을 유지했습니다. 연수구(-0.12%), 계양구(-0.11%), 남동구(-0.09%) 등에서 구축 단지와 미분양이 적체된 지역 위주로 하락했고요. 경기(-0.03%→-0.05%)는 평택시(-0.25%), 광명시(-0.22%), 성남 중원구(-0.17%)에서 준신축과 소형 단지를 위주로 떨어졌습니다.
지방은 지난주 -0.06%에서 이번 주 -0.05%로 하락폭이 조금 작아졌어요. 하지만 2023년 11월27일(-0.02%)부터 63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방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1만7229가구에 달합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도입 등이 시장을 얼어붙게 했죠.
이처럼 오르는 데만 더 오르면서 지역 간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DSR 추가 규제, 탄핵 정국, 공사비 인상 등 여러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특정 지역의 열기도 오래 가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 부동산팀장은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대출 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 강력한 규제로 인해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해제 효과로 인해 단기적인 가격 급등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해당 지역이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고 추가적으로 시행될 스트레스 DSR 3단계,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해제 효과가 희석되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정상화를 찾아갈 것"이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