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골프는 잔인한 유혹이다. 가슴 터질 듯 푸른 하늘. 핏빛 단풍. 만추(晩秋) 필드가 우리를 부른다. ‘빚을 내서라도 나가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어찌 뿌리치랴. 가슴 뛰는 그 유혹을.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간 그곳에서 맞보는 좌절과 아쉬움. 겪어보지 않았을 리 없다. 한해살이를 해 본 골퍼라면. ‘늦가을 골프 다섯 타 줄이는 법’을 김용준 골프전문위원이 정리한다. 순수 독학 된장 골퍼 주제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까지 된 김 위원 아니던가?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말하는 비결을 들어보자. 간단하지만 놓치기 쉬운 그 비결을. [편집자]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잃어가는 잔디. 볼은 흙에 엉덩이를 직접 대고 앉을 수 밖에 없다. 잔디 방석 없이 말이다.
볼과 흙 사이로 바운스(클럽의 엉덩이쯤 되는 부분)를 착착 잘 넣을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그러나 어디 그런 기량이 거저 얻어지던가? 시간과 정성을 제법 들여도 될까 말까 한 것을.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은? 그렇다. 굴리는 것이다. 그린 주변 어프러치 얘기다.
띄워서 실컷 날아간 다음 핀 앞에서 부드럽게 멈춰서는 그림같은 어프러치는 당분간 잊어라. 골프 채널 속 하이라이트는 좋은 계절에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가 한 것일 뿐.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늦가을 우리에겐 굴리는 게 제일이다. 그린 주변 열 발짝 어프러치라면? 굴려라. 스무 발짝 어프러치도 굴려야 한다. 서른 발짝도 주저하지 말고 굴려라.
잔디 위인지 흙바닥인지 애매해서 56와 52도 웨지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둘 다 아니다. 무조건 48도 피칭이 답이다. 52도와 48도 웨지를 놓고 망설여진다면? 조금 더 써서 9번 아이언으로 굴리는 것이 후회가 적다.
웨지로 치려니 백스윙을 크게 해야 해서 불편하다고? 8번 아이언으로 굴려라. 7번이나 6번 아이언으로는 어프러치 하지 마라는 법이 어디 있던가?
볼에서 그린까지 거리가 제법 멀어서 머뭇거려진다고? 그래도 굴려라. 그게 바로 ‘범핑 앤 런’이다. 굴려서 프린지에 맞고 힘이 줄어들긴 하지만 그래도 굴러갈 것이다.
연습장에서 기본을 익힌 다음 실전에 곧 바로 투입해 보라. 몇 번만 성공하면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실패가 주는 작은 속상함이야 머지 않아 보상받을 것이다. 멋지게 성공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질투를 받는 바로 그 때 말이다 .
내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나는 굴리고 또 굴려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도 통과했다. 그 때도 지금같은 늦가을이었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겸 KPGA 경기위원 &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