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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골프]'더 빠른 경기 진행' 골프의 숙명

  • 2020.02.04(화) 08:00

골프 '흥미' 키우려면 경기 속도 더 높여야
1950년대 농구 공격 시간 제한 도입 타산지석

경기 속도를 높이는 것은 골프가 맞은 숙명이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해야 팬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는 지루한 경기를 벌이다 거의 망해 갈 무렵인 지난 1950년대 말 '24초 공격시간 제한'을 도입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발돋움 했다. 사진 속 상황처럼 앞 팀이 퍼팅 그린에서 플레이를 거의 마쳐가는데 이제야 뒤팀이 티샷을 하고 있다면 늦은 것이다.

 

문제 하나 나간다. ‘OX 문제’다.

문. 전 세계 스포츠맨 중에 가장 부자는 타이거 우즈(Tiger Woods)다. 맞다? 아니다?

정답을 고르기 바란다.

혹시 ‘O’를 꼽은 독자는 손을 들어 보기를. 그렇다면 진정한 골프 애호가다. 미국 프로골프투어 최다승을 거둔 우즈가 가장 돈도 많이 벌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 보니.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답은 ‘X’다.

엥? 그렇다면 전 세계 스포츠맨 중에 가장 부자는 누구냐고?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다. 그렇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뛴 그 조던 말이다. 타이거 우즈 재산이 얼마이고 마이클 조던은 얼마인지가 오늘 주제는 절대 아니다. 다만 마이클 조던이 타이거 우즈보다 훨씬 많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세계 최고의 골퍼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 가운데 농구 선수가 더 부자인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농구가 골프 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농구와 골프 인기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스피드’다. 경기 속도 말이다. 차분히 치는 골프는 경기 속도 면에서 농구를 따라갈 방법이 없다. 적어도 지금 현재로는 그렇다. 분명 더 많은 관중이 열광하고 더 많은 시청자가 손에 땀을 쥐는 것은 농구다.

볼을 튀기며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어야 하는 농구가 태생적으로 더 빠른 것 아니냐고? 얼핏 보면 그렇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절대 아니다. 농구도 느린 적이 있다. 그것도 지독하게 느린 적이. 그래서 팬들이 외면하던 시절이. 아무도 농구 중계를 보지 않던 때가. 그래서 농구 구단은 물론이고 농구 중계를 하던 TV 채널들도 적자에 허덕이던 역사도 있다.

그게 언제냐고? 불과 수 십 년 전 얘기다.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그럼 그 시절 농구장을 떠올려 보자.

후반전 시간이 5분 남짓 남았다. 한 팀이 10점 남짓 이기고 있다. 이기고 있는 팀 공격 시간이다. 그 팀에서 제일 드리볼을 잘 하고 빠른 선수에게 패스가 간다. 그 선수는 5분 내내 드리볼을 치며 코트를 돌아다닌다. 엥 5분 동안 공격을 안 해도 되냐고? 그랬다. 그 때는. 공격 시간 제한 제도가 없었다. 지고 있는 팀 입장에서는 파울을 해서 자유투를 주고 공격권을 얻을 수 밖에. 그렇게 어렵게 한 두 점 따라 잡으면 다시 되풀이된다. 이기고 있는 팀의 다람쥐처럼 빠른 선수 손에서 공이 놀아나는 그 일이. 그런 일이 반복되자 경기가 5분쯤 남고 점수 차이가 조금만 나면 관중은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관중도 환호 보다는 야유만 하기 마련이었고.

그 시절 농구장에는 오로지 승패만 있었을 뿐 박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급기야 1950년대 말 어떤 경기에서 양팀 승부가 19대 18로 끝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처럼 '치사하게' 얻은 승리를 벤치마킹하는 팀이 또 생겼다. 이후에도 비슷한 점수로 끝나는 승부가 잇따랐다는얘기다. 19대 18. 지금 핸드볼이 아니라 농구 경기 점수를 말하고 있다. 100점 안팎이 나는 오늘날 농구 경기와 비교해 보라. 기가 막히지 않은가? 절대 상상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렇게 미국 농구는 망해갔다. 아니 망했다.

그러자 밥을 굶게 된 NBA가 지혜를 모았다. 그 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공격 시간 제한이었다. ‘24초’ 안에 공격을 못하면 공격권을 뺐기는 규칙 말이다.

24초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등은 농구 얘기니 논외로 하자.

이 규칙을 도입하고 나서 어떻게 됐냐고? 바로 지금의 농구가 됐다. 물론 공격 속도를 높이는 규칙을 더 손질을 했다.

그 결과 농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다. 거구들이 날아다니며 양팀 합쳐서 200점 안팎을 쏘아 내니 안 그렇겠는가? 얼마나 많은 멋진 장면이 나오고 있는가?

그렇게 농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NBA 선수는 상상할 수 없는 부를 쌓았다. 마이클 조던은 그 가운데 최고였고.

골프는 어떤가?

플레이 시간을 줄이는 것에 골프 산업 전체의 운명이 달렸다.

지난 2019년 골프 규칙을 대대적으로 바꾸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도 바로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플레이 할 수 있느냐’였다.

규칙에 기반은 마련했어도 투어에서 실제로 실행하는 일은 숙제로 남았다. 전 세계 모든 투어가 경기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PGA에서 뛰는 유명한 선수가 최근 경기 속도가 느리다고 경고 받은 것을 놓고 불평을 했다는 뉴스가 떴다.

‘필드 위의 물리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브라이슨 디샘보(Bryson DeChambeau)였다. 디샘보는 느리기로 이미 악명 높은 선수다. 빨리 쳐 봤자 어차피 앞 팀에 막힐 판이었다고 했다나?

더 빨리 치면서도 멋진 샷을 해야 하는 것은 이제 프로 골퍼로서 숙명이다. 그 숙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투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플레이 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거나.

레크리에이션 골퍼는 어때야 할까? 말하지 않아도 독자 또한 답을 이미 알 것이다.

김용준 프로 & 경기위원(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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