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계승 문화가 뿌리박힌 범 LG가문에서 '딸 부사장'이 나오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종합식품기업 아워홈(ourhome)은 임원 정기인사를 통해 구지은(사진) 전무를 부사장(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그는 서울대 출신의 재원으로 10년만에 회사 규모를 2배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워홈의 지분은 '장남'에 집중돼 있어, 완전히 장자 승계의 벽을 깼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잘 나가는 외식 사업부를 개인 회사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할아버지는 구인회, 외할아버지는 이병철
구 부사장은 삼성과 LG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1967년생인 구 부사장의 아버지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다. 어머니는 이숙희 여사로, 이 여사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누나이다.
머리도 명석했다. 구 부사장은 199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석사(전공 Human Resource) 과정을 밟았다. 외종4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해에 서울대를 졸업했다. 나이는 구 부사장이 이 부회장보다 1살 많다.
◇ "도전 정신"..아워홈 덩치 키워
아워홈에 2004년 합류했다. 그전까지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야트 코리아(Watson Wyatt Korea)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한 뒤, 외식사업부장·글로벌유통사업부장(전무)·구매식재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부장에서 부사장까지 올라가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구 부사장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경영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 부사장에 대해 “컨설턴트 출신으로 분석적이면서,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좋아한다”며 “한 분야에서 선두적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구 사장은 2004년 5000억 원대였던 아워홈 매출을 지난해 1조 3000억여 원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각종 신규 브랜드 론칭과 시스템 개발, 신시장 개척 등에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 '사보텐' 꿀꺽
하지만 내실은 외형 성장을 따라오지 못했다. 아워홈 매출은 2004년 5324억원에서 2013년 1조1623억원으로 9년만에 2배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04년 274억원에서 2013년 387억원 소폭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돈 되는 사업을 구 부사장에게 떼 줬다는 시각도 있다. 아워홈은 2009년 캘리스코를 물적분할했다. 캘리스코는 일본식 돈가스 전문식당 ‘사보텐’을 운영하고 있다. 분할뒤 캘리스코는 구 부사장 개인회사가 됐다. 구 부사장은 캘리스콘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캘리스코 매출은 2010년 286억원에서 2013년 478억원으로 성장했다. 캘리스코는 ‘사보텐’ 외에 ‘타코벨’, ‘반주’ 등 외식매장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쾌속승진..경영권은 여전히 안갯속
범 LG가(家)는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보수적 가풍으로 유명하다. 오너가라도 여성은 경영 참여를 배제해왔다. 이 가운데 구 부사장이 쾌속 승진한 것.
하지만 구 부사장의 고속 승진과 경영권 문제는 별개다. 아워홈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38.56%를 보유한 구본성 씨다. 구자학 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는데, 장남의 지배력이 가장 크다. 그 외 구 부사장(20.67%)을 포함해 구미현(19.28%), 구명진 아워홈 위원(19.60%) 등 자매들이 나눠 갖고 있다. 구본성 씨는 현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구 부사장은 최근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13년 아워홈과 레드앤그린푸드가 합병하면서, 구 부사장의 아워홈 지분은 20.01%에서 20.67%으로 소폭 늘었다. 반면 구본성 씨의 지분은 40%에서 38.56%로 줄었다. 구 부사장의 캘리스코 지분도 2010년 35%에서 2011년 46%로 급증했다.
◇ 형제자매 투자 성과는 낙제점
아워홈 형제자매는 선박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낙제점에 가깝다.
구본성 씨는 현재 코리아퍼시픽05호 선박투자회사의 지분 12.7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코리아퍼시픽05호 선박투자회사는 해운업황이 악화되면서 2011년부터 약속된 투자 분배금을 지급하지 못하다가 결국 2103년 상장폐지됐다.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자매도 모두 이 회사 지분(총 24%)에 투자했다가, 상장폐지의 쓴맛을 봤다.
구 부사장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선박펀드 바다로3호의 지분 13.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본성 씨도 6.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바다로3호 투자 성과도 바닥이다. 바다로3호는 배당률 0%를 2016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구 부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84주와, 메리츠화재 2만3495주(0.02%), 메리츠금융지주 1만2582주(0.01%)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