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존의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해 만든 약이다. 여기서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에서 유래한 혈액성분·단백질·세포·유전자 등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으로, 개발한 회사에는 특허가 주어진다. 지난 2012년 이후부터는 바이오의약품에 걸려 있던 특허가 줄줄이 만료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원조'와 효능이 비슷하고 가격은 저렴해 의료비를 아끼려는 국가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현황과 성장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서 토종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화려한 신고식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중 하나는 정부의 지원이다. 10여년 전부터 정부는 팔을 걷어 붙이고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도 적지 않다. 정부와 투자자들의 '인내'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사업을 막 시작하는 바이오업체들의 경우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근래에는 지원이 많이 끊겼다.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라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 모아야 하는 업체들은 단기적인 실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변덕에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 발빠른 초기지원..제조기술 '반열'
정부는 지난 2009년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지원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추가예산을 편성했다. 예산은 셀트리온, 삼성전자, LG생명과학, 한올제약 등에 지원됐다.
김찬화 고려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지원이 완벽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당시 사업 초기단계에서 지원금이 필요했던 업체에 단비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05년 12월에는 까다로운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처(FDA)의 기준에 맞춰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에서는 판매에 앞서 거치는 임상시험에 필요한 시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제조한다.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설건립에 200억~300억원 정도가 들어가 각 기업에서 투자를 망설이는 시점이었다.
일각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송용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은 임상시험 전문 인력으로 1700명이 있는 반면 식약처는 20명 정도의 인력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문 심사 인력 부족으로 심사기간이 지연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허가 규정이 까다로운 선진국에 수출한 경험이 많지 않고 국내 규정 수준이 유럽과 미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지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유전자재조합의약품과 연구관은 "현재 국내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임상시험을 거듭 거칠 필요가 없도록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꾸준한 마케팅·투자지원 아쉬워"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돈'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업체들은 생산설비 구축에서부터 연구개발 등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을 감당하기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바이오시밀러는 8~10년 정도의 끈질긴 투자가 필요하다. 개발에 드는 투자 비용은 많게는 6억달러(7200억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도 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판매에 도달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임상시험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김동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임상과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가 취약해 해외 업체에 위탁하다보니 매년 1000억원 가량의 국부가 유출되고 있으며 우수기술이 해외로 이전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마케팅과 판매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어렵사리 제품을 개발한다고 치더라도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매출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과 투자지원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아직 미진한 수준"이라며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컨설팅 사업단을 만들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타 투자자에 업체는 울상..장기투자 필요"
업체 측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도 지원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마인드'가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이 긴 시야를 갖고 투자에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바이오업체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경우 수익을 내기까지 10년 동안 적자를 낼 정도로 바이오산업은 투자에 큰 인내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은 몇 년 만에 뚜렷한 결과물을 내야한다고 지적하며 회사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요한다"고 하소연했다.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몰두해 주가가 널뛰기식 흐름을 보이는 것도 업체들에게는 고민거리다.
김찬화 교수는 "투자자들은 개발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모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초기 개발에 들어간 바이오시밀러 10개 중 9개를 실패하더라도, 1개만 성공하면 기대하고도 남는 수익이 생긴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특성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