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한 크기의 젤리 하나가 편의점 대박상품으로 등장했다. 주인공은 세븐일레븐이 지난 5월 출시한 '요구르트젤리'. 50g 한봉에 15개 정도의 젤리가 들어있는 이 상품은 이달 들어 하루 4만5000봉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블로그에 갖가지 인증샷이 올라오고, 온라인몰 중에는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곳이 등장했다. 입소문으로 시작해 품귀현상까지 빚은 허니버터칩의 흥행공식과 닮았다.
그간 국산 젤리의 강자는 '왕꿈틀이'와 '마이구미'였다. 하지만 코스트코를 중심으로 독일산 '하리보' 젤리가 나오며 젤시시장을 수입산이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를 단숨에 뒤집은 게 요구르트젤리다. 현재 요구르트젤리는 허니버터칩과 새우깡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븐일레븐 전체 상품 가운데 판매량 5위를 달리는 중이다. 박카스나 참이슬, 레쓰비보다 더 많이 팔린다.
인기 비결은 뭘까. 요구르트젤리를 기획한 김미선 세븐일레븐 상온식품팀 선임상품기획자는 새콤달콤한 맛과 재미있고 앙증맞은 디자인을 꼽았다.
요구르트젤리에는 말그대로 요구르트 원액이 담겨있다. 쫄깃하게 씹히는 젤리 속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한 요구르트 맛이 난다. 포장부터 내용물까지 흥미를 유발하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도 흥행요인이다. 사실 요구르트젤리는 대만 비페이둬(比菲多)사가 먼저 내놨다.
하지만 비페이둬 젤리의 내용물이 둥근 것과 달리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젤리는 작고 귀여운 요구르트병 형태를 띠고 있다.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이 차이가 실은 엄청난 차이로 이어졌다. 김 선임상품기획자는 "요구르트젤리를 들고 찍은 손톱 사진을 봤을 때 히트상품이 될 것으로 직감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맛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는 일에도 중요한 가치를 둔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은 자신의 네일아트를 뽐내기 위한 소품으로 요구르트젤리를 활용했다. 요구르트젤리를 엄지와 검지로 들고 사진을 찍으면 친구들에게 직접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이런 네일아트를 했음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요구르트젤리는 최근 대형마트와 슈퍼마켓까지 진출했다. 원래는 세븐일레븐에서만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이었는데 최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세븐일레븐에서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중량의 차이로 편의점용은 1200원, 마트·슈퍼용은 2000원에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