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의 원조는 리바이스입니다. 질기고 튼튼해 누구나 입는 옷이 리바이스였죠. 그런 리바이스가 1990년대 중반 들어 급격한 실적악화를 겪습니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주류기업 디아지오코리아를 이끄는 조길수(53·사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바이스 청바지 얘기를 꺼냈다. 그는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던 리바이스가 어려움에 처한 이유를 '젊은층의 외면'에서 찾았다.
"엄마, 아빠, 이모가 입는 옷, 그래서 유행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습니다. 입으면 허리 위까지 올라오니 날씬해 보이려는 젊은층과는 맞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리바이스가 어떻게 했을까요? 과감하게 허리선을 골반까지 낮춥니다. 요새는 바짓가랑이와 허리선이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안하는 청바지도 있습니다. 리바이스가 재도약하는데는 젊은층의 수요를 공략한 골반바지의 역할이 컸죠."
조 사장은 국내 위스키 시장도 리바이스 청바지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봤다. 이미 한국은 2008년 290만상자였던 위스키 출고량이 지난해는 170만상자로 40% 가까이 줄었다. 위스키는 나이 든 어른들이 마시는 비싸고 독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젊은층의 외면을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사장이 내놓은 해법은 '밀레니얼(1980년 이후 출생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위스키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리바이스가 청바지 허리선을 낮춰 '리바이스=젊은층이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를 되살렸듯 위스키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가볍고 부담없는 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다시 부흥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디아지오가 내놓은 목넘김이 부드러운 저도주 위스키인 '윈저 W 시리즈(W아시스, W레어)'는 국내 시장점유율 7%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양주 가운데 덜 독한 양주를 찾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디아지오는 조만간 조니워커를 200㎖ 소용량 병에 담은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젊은이들을 위해 1만원으로도 위스키를 즐길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앞서 우리보다 먼저 위스키시장의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에선 영화나 드라마에 위스키를 노출시켜 젊은층과 교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위스키의 부활을 꾀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는 식당을 찾은 사람이 따뜻한 한끼 식사와 함께 위스키인 '하이볼'을 곁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노력 끝에 일본시장 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1500만상자를 기록했다. 최대 전성기 때인 1988년 3000만상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8년 830만상자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조 사장은 "젊은이들이 소주를 마시는 건 싸고 쉽게 접할 수 있어서지 소주가 그들에게 맞는 술이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이제는 주류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젊은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다양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