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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사보표지를 바꾼 까닭

  • 2016.09.27(화) 18:07

천편일률적 인물사진서 탈피
장애인들에게 자립기회 제공

기업의 사보는 기업의 얼굴과 비슷하다. 동료들과 희로애락를 함께 나눠 개개인의 소속감을 높이고, 대외적으로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으려할 때 사보를 활용한다. 표지모델은 주로 회사에 소속된 선남선녀들이 맡는다. 활짝 웃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회사는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전의 공간이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티끌만큼의 허물도 없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롯데그룹은 천편일률적인 이 같은 사보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까지 밝게 웃는 인물사진으로 표지를 장식해왔던 롯데는 올해부터 동화책에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사보의 첫머리를 채우고 있다. 벌써 9번째다.

롯데는 회사와 동료들의 소식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역할에 그쳤던 사보를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일환으로 한번에 1만5000부씩 발행하는 사보의 표지를 사회적 기업인 '오티스타'에 맡겼다. 오티스타는 자폐성 장애 청년들이 디자이너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폐인의 뛰어난 시각적 표현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디자인 작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 결과 롯데 사보 표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쇼핑하는 모습(우원경 디자이너)부터 놀이시설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순간을 보내는 장면(김승태 디자이너) 등 동화 같은 작품이 실렸다. 롯데자이언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갈매기를 의인화해 야구하는 장면(정윤석 디자이너)을 표현한 작품도 등장했다.

 

▲ 롯데는 임직원들이 매월 구독하는 사보 표지 디자인을 자폐인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오티스타'에 맡겨 제작하고 있다. 오티스타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


롯데는 사보를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으로도 활동영역을 넓혔다. 내달 8일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 잔디광장에선 '슈퍼블루'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푸른색 운동화 끈을 의미하는 슈퍼블루는 스스로 신발을 묶고 일어나겠다는 장애인들의 자립의지를 상징한다.

롯데는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깨자는 취지에서 2014년부터 스페셜올림픽코리아와 함께 슈퍼블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번 마라톤도 그 일환으로 준비했다. 롯데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조성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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