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유한양행 어느 기업이 더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학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대답은 유한양행 쪽이 많았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국내 최초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도입한 뒤 90년 넘게 CSR을 실천하고 있는 '착한기업'으로 유명하다.
김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유한양행이 존경받는 기업은 분명하지만 착한기업과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1974년 삼성과 유한양행 매출은 같았다"며 "40년 뒤 삼성은 고용과 세금, 국가 경쟁력 확보 등 어느 면에서나 유한양행보다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의 근간은 "이익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학 교수, '맨큐의 경제학' 번역자,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등의 이력을 가진 경제학자 출신 의원다운 정의였다.
김 의원은 CSR 한계부터 지적했다. 그는 "CSR이 외부의 강제에 의해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CSR을 기업통제 수단으로, 기업들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이윤 일부를 사회적책임의 이름으로 배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그가 CSR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때보다 반기업 정서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CSR이 절실하다는 것에 동감했다. 그는 "CSR을 기업이 생존가능성을 높여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상생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삼성은 CSR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쓰는데 안티는 가장 많다"며 "1조원을 쓰면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역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움을 받는 사람이 고마움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주는 쪽에서 진정성이 있어도 받는 쪽이 (진정성이) 없다고 느끼면 그것은 주는 쪽의 내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CSR 대안으로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를 제시했다. CSV는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으로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아프리카 케냐에 모바일 송금서비스 상품을 개발한 보다폰과 아시아 저소득층을 위해 가격은 싸지만 영양가는 높은 '보급형 상품'을 출시한 네슬레 등이 그 예다. 학계 등에서는 CSV가 CSR을 대체하는 개념인지, CSR이 CSV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인지를 놓고 논쟁이 있다.
김 의원은 "CSV는 기업의 사회공헌과 비즈니스를 일치시키는 새로운 시도"라며 "국내에서 SK그룹이 CSV를 선도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CSV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고용창출투자에 적용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같이 CSV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CSV를 가로막는 장애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기업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되 공동체 이익에 반하는 행동은 규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기부 강요 금지법'을 발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제2의 미르·K스포츠 재단을 막자는 취지다.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정경유착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은 최근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며 "기업의 돈을 정권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고질적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법규는 기부금품 모집자 등이 기부를 강요하는 행위만을 금지할 뿐 공직자가 기업에 기부를 강요하는 행위를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누구든지 기업과 개인 등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기부금 등을 낼 것을 강요할 수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