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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④-4 행동주의 펀드가 말한다

  • 2017.06.21(수) 10:19

사회적책임, 길을 묻다…주목받는 사회적책임투자
적극적인 주주행동으로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
원종준 라임운용 대표 "주주행동 더 강화될 것"

삼성전자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실적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데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빛을 발하면서다. 그런 변화의 뒤에는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있었다.

'어차피 승자는 엘리엇?' 엘리엇의 목적은 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 실현일 뿐이라는 비난도 거세다. 하지만 주주 중심으로 긍정적인 정책 변화를 이끈 것만큼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심 확대

엘리엇처럼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편, 인수합병(M&A)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이에 기반한 주가 상승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행동주의 헤지펀드라고 한다.

엘리엇을 비롯해 애플의 자사주 매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높은 수익을 올린 칼 아이칸, 일본 세븐일레븐의 2세 경영을 저지하고 회장을 물러나게 만든 서드포인트 등이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꼽힌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동주의 펀드 수와 자산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액티비스트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지난 2010년만 하더라도 76개에 불과했지만 2015년 397개로 급증했다. 이들 펀드가 운용하는 자산규모도 2010년 385억달러에서 1297억달러로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말 라임자산운용이 처음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라임데모크라시'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 문화적 특성상 투자 대상 기업과 펀드 판매회사, 기관 투자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기업사냥꾼, 악마의 손길 등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 "상식이 통하는 세상…비상식적인 기업 태도 개선"

국내에서 처음으로 행동주의 개념을 들고나온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기업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수행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구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펀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주가 상승과 그에 따른 수익률은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사진=라임자산운용

실제 한국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은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배당성향은 2016년 기준으로 23%에 불과하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대만(63%)이나 일본(34%)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실정이다. 현금을 쌓아두면 자본총계가 늘면서 자본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는데 적극적인 배당 요구로 이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원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이런 의도가 한국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힘들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엘리엇의 요구와 삼성전자의 스탠스 변화가 국내 행동주의 헤지펀드 확산에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주가 상승과 주주 가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관 투자가의 의결권 행동강령인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이 빨라지고 주주행동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가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교수를 각각 임명하면서 재벌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앞으로 정책 방향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한 확대 등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에 따라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원 대표는 "그동안 한국은 주주환원 정책에 인색해 밸류에이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만큼 일부 해외 운용사들이 국내 시장 투자와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원 대표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기업이 많아야 기업들도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올해에는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이벤트가 많아 행동주의 성격의 투자가 더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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