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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200만개 팔린 '연어장' 뒷이야기

  • 2018.09.07(금) 17:36

임이선 코리아세븐 신선팀 MD 인터뷰
40군데서 퇴짜 맞고 겨우 제조…출시 후 대히트
즉석밥에 맞게 연어 조각수 조정…숨은 디테일도

사실 '연어장'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집에서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다. 한동안 SNS 등을 통해 연어장 레시피가 돌아다닌 적도 있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집에서 자주 요리를 하는 편이다. 연어장 열풍을 보면서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진간장과 맞술을 같은 비율로 섞고 대파와 통마늘, 다시마를 넣어 부르르 끓여주면 맛간장이 완성된다. 연어의 비릿함을 없애주기 위해 생강가루를 살짝 넣어주면 더 좋다. 그대로 식힌 후 생연어가 자박하게 잠길 정도로 부어 냉장고에 3~4시간 정도 두면 맛있는 연어장이 완성된다.

말린 표고버섯을 물에 불려 양념장 끓일 때 넣어주면 풍미가 더 좋아진다. 맛간장을 넣을 땐 반드시 연어는 슬라이스하지 않은 채여야 한다. 슬라이스한 연어를 맛간장에 오래 담가두면 쉽게 짜진다. 연어장을 만드는 간장은 반숙 달걀 장조림을 만들 때도 쓰인다. 직접 만들어보니 아이들도 잘 먹고 여러모로 유용하다.

이런 연어장을 굳이 돈을 내고 사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심지어 아내로부터 "엄마들 사이에서 세븐일레븐의 연어장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연어장 만드는 게 뭐가 어렵다고 굳이 돈 내고 사 먹는 엄마들이 한심하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심 왜 그렇게 인기일까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 임이선 코리아세븐 신선팀 MD.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이런 대박 히트 상품을 기획한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아세븐 본사에서 임이선 코리아세븐 신선팀 MD를 만났다. 임 MD는 세븐일레븐의 냉장 식품 쪽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가 관리하는 품목만 200여 개가 넘는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연어장도 그의 작품이다.

임 MD의 첫인상은 무척 차분했다. 표정도 밝았다. 인터뷰 시작 전부터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잔뜩 긴장하고 얼어있는 인터뷰이보다 밝은 표정의 인터뷰이가 훨씬 이야기를 풀어가기가 좋다. 이런저런 인터뷰를 하다보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하는 순간 대체로 그날 인터뷰 분위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직감은 잘 맞아떨어졌다. 이번 인터뷰도 그랬다.

임 MD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2011년 코리아세븐에 입사했다. 3년여간 영업파트에서 일하다 2014년부터 MD로 일하고 있다. 제일 궁금했던 연어장을 기획한 이유부터 물었다. 임 MD는 "담당하고 있는 파트가 냉장부문이다보니 HMR(가정간편식) 등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편의점이 비슷한 구색으로 운영되고 있어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 마침 SNS 등을 통해서 연어장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임 MD의 눈에도 들어왔다. 그는 "이거다 싶었다. 직접 만들어 먹기에는 번거로운 것이 연어장이다. 이것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SNS에 돌고 있는 연어장 레시피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어장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는 "한달 반동안 연어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며 "아마 국내에 있는 노르웨이산 연어는 내가 다 먹었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많이 먹었다. 나중엔 입에서 연어 냄새가 나서 정말 힘들었다. 연어장 개발 이후 한동안 연어는 쳐다도 안 봤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레시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입맛에 맛는 레시피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여러 레시피로 연어장을 만들어보고 직접 맛보면서 그 절충점을 찾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연어장이라는 아이템을 만들어 줄 회사가 없었다. 임 MD는 "전국에 40여 곳의 식품업체들을 찾아다녔지만 다들 연어장 만들기를 거부했다. 재료가 생물인 데다 수산물이어서 유통기간이 짧다. 업체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한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다 지금의 제조업체를 만났다. 그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연어장을 만드는 업체는 이전까지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았던 곳이다. 마침 그 업체도 수산물 쪽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민하고 있었다. 연어장을 제안했더니 한번 해보자고 했다. 기획자인 나도 수산물이 처음이었고 제조업체도 수산물이 처음이었다. 참 희한하게 출발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연어장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지난 3월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200만개가 팔렸다. 세븐일레븐은 연어장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새우장, 꼬막장을 내놨고 최근에는 달걀장까지 선보였다. 이들은 '밥통령'시리즈로 묶여있다. 전체 밥통령 시리즈 판매량은 약 400만 개. 그중 절반이 연어장이다. 달걀장도 반응이 좋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작품이다.


임 MD는 "연어장이 출시되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면서 "점주분들께 이런 제품이 곧 출시된다는 공지를 보냈고 예약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제품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출시되자마자 정신없이 팔려나갔다. 재고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어장 제조업체의 하루 최대 생산량은 2만 개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주문으로 연어장 라인 하나를 더 추가했다.

세븐일레븐 연어장에는 디테일이 숨어있다. 그는 "연어장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덩달아 판매가 늘어난 제품이 있다"면서 "즉석밥 판매도 함께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임 MD는 "사실 연어장을 처음 계획할 때부터 염두에 뒀던 부분"이라며 "연어장 속 연어 슬라이스도 즉석밥에 꽉 차게 올릴 수 있는 개수를 계산해 맞췄다. 두께, 와사비 선정 등에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연어장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경쟁업체들도 '미투(Me Too)'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한번은 연어장 제조업체로 경쟁사가 전화를 했더라"면서 "경쟁사도 연어장을 내놓을 생각인데 우리 제조업체에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 정말 큰 일 날 뻔했다"고 소회했다.

연어장을 선보인 이후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물었다. 임 MD는 "사실 내가 세븐일레븐에 다니고 있지만 가족들이나 친척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며 "친척집에 놀러 갔는데 우연히 부엌 쓰레기통을 보니 세븐일레븐 연어장 패키지가 있었다. 친척분이 그게 요즘 너네 회사에서 나온 인기 제품이라고 해서 사봤는데 정말 맛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만든 것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 말했다.


그의 최근 고민은 HMR이다. 임 MD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이 커질 수 있는 밀키트(Meal Kit) 등을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지금껏 냉장 MD만 했는데 일단 냉장 쪽 매출을 2배로 올린 뒤에 상온제품 등도 다뤄보고 싶다. 궁극적으로 MD마스터가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이 여러 번 터졌다. 밝은 기운을 가진 사람이었다. 연어장을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을 추억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긍정적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세븐일레븐 본사를 나서면서 빙긋 웃음이 났다. 이번 주말에는 집 앞 세븐일레븐에서 연어장을 사볼까 싶다. 내가 만든 연어장이 맛있는지 임 MD가 만든 연어장이 맛있는지 아이들에게 물어봐야겠다.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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