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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SKT 누구, 구글과 경쟁·협력 다 가능"

  • 2018.09.06(목) 18:11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 인터뷰
올해 MAU 500만 돌파…내년 '새로운 것' 발표

▲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SK텔레콤 AI(인공지능)사업 유닛 직원들은 지난달 31일 작은 파티를 열었다.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NUGU)를 적용한 스피커를 선보인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사업의 순항을 기념해 서로를 격려하며 먹고 떠드는 파티만은 아니었다. 월 평균 사용자 수(MAU) 추이를 검토하며 향후 계획도 점검했다.


지난 7월 MAU는 391만명, 8월은 385만명이었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 올해 목표 MAU는 300만명이었으나, 연초부터 달성해버렸다. 설 연휴가 있었던 2월에 363만명을 기록한 뒤 사용량이 점진적으로 늘었다. 추석 연휴가 있는 9월은 '누구'가 적용된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 사용량이 더욱 늘어나 4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가 오갔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인 Btv, 키즈폰, 조명등, 호텔 등으로 누구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어 연내 MAU 500만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됐다. 승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특성상 MAU의 급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싸이월드·네이트·네이트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포털, 메신저로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의 꿈을 키웠으나 미완성 했던 아픔을 인공지능 시대에선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포부도 가득하다.

그러나 누구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국내외 사업자들의 도전이 거세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만 하더라도 SK텔레콤이 첫발을 내디딘 이후 KT와 같은 통신사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도 잇따라 진입했다. LG유플러스와 네이버가 손을 잡는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의 국내 시장 진출도 머지않았다.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을 서비스하는 구글은 지난달부터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국내 시장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코리아는 오는 11일 이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진 아마존도 국내 시장에 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에 대응하는 SK텔레콤의 전략은 무엇일까.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을 지난 4일 만났다. 그는 최근 5년 동안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을 역임하며 빅데이터·음성인식·영상인식·음성합성·언어이해 등 인공지능과 관련한 분야 연구·개발을 맡았으며, 2016년 '누구'의 사업화를 추진한 핵심 인물이다.

박명순 유닛장은 "구글이 언젠가는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해왔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진출해, 사실은 무섭다"면서도 "SK텔레콤은 구글과 경쟁할 수도 있고 협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사업자와 동등한 경쟁 혹은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국내에서 자리잡은 '누구'의 경쟁력을 누구보다 빠르게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 경쟁력이 대등하거나 앞서야 국내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더욱 크게 누리고, 협력하는 방안도 능동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누구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더욱 확대하고 이를 구현하는 환경을 꾸준히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MAU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키워 플랫폼 사업자로 포지셔닝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내년에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유튜브에서 하루 한시간 이상 인공지능과 관련한 정보를 보고 내부 직원들과 모바일 메신저 '단톡방'(단체채팅방)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 교환을 한다는 박명순 유닛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를 출시한지 만 2년됐습니다. 조용히 지나갔나요

▲2주년을 기념해 내부적으로 작은 파티 비슷한 걸 했어요. 8월31일에, 마지막날이어서 8월에 얼마나 많은 사용이 있었는지 데이터를 리뷰했죠. 8월 사용자 수가 385만명이었고, 7월에는 조금 더 많았어요. 391만명 정도. 최근에는 380만~390만명 사이를 오가는 것 같습니다. 9월은 추석이 있어서 티맵 사용률이 높아질 것 같고, 누구가 적용된 Btv 판매도 늘어나고 있어서 MAU 400만명은 곧 찍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업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MAU를 밝힌다는 건 그만큼 사업에 자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지난 2월에 300만명을 넘었어요. 7~8개월만에 100만명이 늘어난 건데요. 사용자가 늘어나면 가장 큰 힘을 얻는 것 같아요. IPTV, 티맵, 스피커 중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디바이스가 모여 이런 MAU를 만들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여러 디바이스가 모여 만든 MAU가 왜 의미가 있나요

▲작년에 올해 계획을 세우면서 MAU 300만명을 넘어가면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봤어요. 1000만명을 넘으면 플랫폼이 된 거라고 봅니다. 여러 플랫폼의 히스토리를 보면 그렇죠. 그런데 올해 목표 300만명을 연초에 달성했습니다. 내부적으로 굉장히 고무적이었어요. 

 

사실 인공지능 플랫폼이라는 게 IPTV, 스피커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음악 서비스만 말로 제어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더욱 많은 영역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용해야 고객이 느끼는 혜택이 증가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스마트폰에서만, 집에서만, 차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심리스(seamless·끊김 없이)하게 서비스하고자 합니다. 집에서 음성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고 차에서 집 에어컨도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죠. 실제 서비스의 가치는 이런 곳에서 나옵니다. 이처럼 POC(Point of Contact·고객 접점)를 골고루 만들어가면서 인공지능 서비스로 고객의 생활 전반을 묶고 있는 게 타사 대비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누구를 통해 구현할 수 있었던 배경이 있나요

▲초기부터 다양한 기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적용하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누구의 초기 전략과 방향은 '나를 따라다니는 인공지능'이었습니다. 나를 따라다니려면 내가 가는 어느곳, 어떤 기기든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기존 사업이 갖고 있던 자산도 한몫했죠.

 

그래서 스피커를 시작으로 Btv, 티맵, 스마트워치(키즈폰), 캔들(조명등) 등으로 연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POC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고 시작하면 어렵습니다. 개발은 물론 서비스 측면에서도 부담입니다.


-다양한 기기에 누구를 적용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대중적인 기기인 스마트폰 자체에서 누구의 사용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나요

▲여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이동할 때 누구나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이기 때문이죠. 고민이 되는 건, 스마트폰은 듣는 디바이스가 아니라 보는 디바이스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터치입니다. 보고 터치하는데 익숙한 스마트폰을 말로 하는 디바이스로 리포지셔닝 하는 것이 고민이죠. 게다가 스마트워치에 입을 대고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는 장면은 성인 입장에서 아직은 어색한 모습입니다.

 

▲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저도 사실 운전하며 티맵을 쓸 때 '아리아'를 부르면 조금은 쑥스럽고 놀림도 받는데요.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겠죠

▲앞으로는 그럴 겁니다. 과거에 ATM(현금자동인출기) 쓰는 것을 주저했는데, 이제는 은행에 가는 것보다 ATM 앞에 서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아리아'(누구를 부르는 호출어)가 더 편할 때가 올 겁니다. 영화 '허'(Her)에서 보듯 이어셋이 어색함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겁니다.

-현재 직원 몇 명 정도가 누구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초기에 SK텔레콤 미래기술원에서 시작할 때는 50~60명 정도로 규모가 매우 작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300~400명 정도가 있고요. 물론 자회사 SK플래닛, 다른 부서에서 관여하는 인력까지 포함해서입니다. 2015년 9월부터 상용화를 결정하고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초기엔 파트너사를 활용하기도 했는데, 내재화를 결정하면서 인력이 크게 늘었습니다. 


-사업 초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하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2016년 9월(발표는 8월31일) 서비스를 론칭하고, 인공지능이 대답을 잘 못하는 질문이나 지시에 대해 계속 수정 작업을 하던 때였죠. 이틀인가 사흘 뒤 인공지능이 대응에 계속 실패하는 발화가 하나 있었어요. '힘찬 노래 틀어줘'라는 발화였는데요. '힘찬 노래'는….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이었죠. 신나는 노래, 즐거운 노래, 비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이런 식으로 저희가 상상할 수 있는 웬만한 예상 질문은 다 준비했는데 힘찬 노래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힘찬 노래는 신나는 노래로 인식하도록 개선했죠. 고객의 상상력은 우리를 초월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재밌는데 혹시 몰라서…다른 얘기도 있나요

▲키즈폰에 누구를 적용했더니 '백두산 높이는?'이라는 질문이 하루에 100번 이상 나온 적이 있습니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누가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발화 빈도수가 많으면 체크를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잘못 인식된 줄 알았어요. 이처럼 궁금한 게 많은 아이들을 위해 백과사전을 사서 넣고, 포켓몬의 진화 과정에 대답하는 시나리오도 추가했죠.

 

보통 성인들은 몇 번 질문해보고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포기하는데,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대답을 하든 못하든 지치지 않고 질문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누구에 대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보편적이게 될 텐데요. 누구에서 좋은 경험이 쌓이면 저희의 경쟁력이 되겠죠.


-흥미롭군요. 실패하는 발화를 지금도 자주 점검하나요

▲아침마다 실패 발화 상위 20건을 모바일 메신저로 보고받는데요. 발화, 음악 등 도메인별로 리스트가 옵니다. 그걸 보면 개선된 대답을 빨리 적용하고 싶어요. 이것만 넣으면 좋은 서비스 경험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죠. 

-누구를 비롯해 대부분의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는 영화처럼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대화의 수준을 보면 기업별 기술의 발전 수준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희도 음성인식은 어느 정도 기술의 허들을 넘었는데, 대화는 허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대화 측면의 경쟁력은 아무래도 많은 MAU와 발화량이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화 서비스 개선은 데이터에 비례하기 때문에 사용자 수가 많은 곳이 유리하죠. 저희는 먼저 시작해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글도 대화하는 단계까진 못 간 것 같아요. 구글이 최근 선보인 듀플렉스를 보니 사람이 인공지능을 통해 어떤 예약을 하는 시나리오에 특화됐다고 하더군요. 누가 어디에 무엇을 예약하는 것에 한해 구현한 것이므로 그 대화에 조금만 다양성이 생겨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겠죠. 따라서 지금 단계에선 어떤 사업자가 더 부지런하게 대화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입력하는지 싸움인 것 같습니다.

 

-누구 플랫폼은 스피커에서 모바일(내비게이션), IPTV, 자동차, 호텔 병원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떤 영역이 가장 순항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영역이 기대되는지요

▲티맵 사용률이 가장 높습니다. 두번째는 스피커, 세번째가 Btv입니다. 하반기부터는 Btv가 큰 역할을 할 것 같고요. 모바일 기반으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어셋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사용성이 높습니다.

 

-최근에 비스타 워커힐 서울 44개 객실에도 누구 플랫폼을 적용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워커힐은 7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9월 전객실로 확산할 계획입니다. 호텔 이용객 70%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30%는 왜 사용하지 않는지 고민해봤습니다. 한 가지는 영어 서비스가 없기 때문으로 봅니다. 외국인 이용객이 있어서죠.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부 반응 중 특이한 건 없었나요

▲필리핀에 있는 리조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공급해줄 수 있냐는 문의였습니다. 국내 호텔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계속 확장할 계획입니다.


-소비자 대상 수익 모델 발굴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보는지요

▲플랫폼이 일정 수준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머니타이제이션 모델(수익화)을 붙이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어설프고 이상한 수익 모델은 붙이지 않을 겁니다. 현재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올해 초 MWC서 홀로박스를 공개했습니다. 앞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있나요

▲홀로박스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진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개발할 수는 있는데, 마켓이 중요합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나와야 하는데, 일본에서 나온 제품도 200만원이 넘습니다. 저희가 만든 것도 100만원이 넘어요. 상용화 기술이 안 된다기보다는 수요가 있어야 하고 가격도 내려와야 합니다.


-홀로박스가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플랫폼의 진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대화할 때 말도 하지만 시각적인 효과가 굉장히 큽니다. 날씨 정보를 볼 때 우산 그림 하나만 보면 비가 온다는 사실을 바로 알게 되는데, 말로 설명하면 길어서 빠르게 이해하기 어렵죠. 저희도 그래서 날씨 정보 같은 것은 핵심만 빠르게 설명하도록 개선하고 또 개선했습니다. 또한 음성과 짝이 맞는 쪽은 터치스크린보다는 홀로박스라고 봅니다. 터치스크린도 입력하는 것이고 말도 입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부딪힙니다. 조화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게 관건입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조화를 찾았듯이요.


-얘기를 듣다 보니 인공지능 사업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 제일 많이 보는 건 유튜브입니다. AI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하루에 짧게는 30~40분, 길게는 1시간30분 정도 봅니다. 또 하나는 저희 멤버들 중에 전문가가 많습니다. 이들과 모바일 메신저로 계속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고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누구가 탄생한 것은 제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저희들이 만든 겁니다.

 

▲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경쟁사 KT의 경우 IPTV 셋톱박스를 통해 가입자를 빠르게 확장시켰습니다. 이같은 판매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사 강점을 가지고 사업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가령 페이스북은 SNS를 기반으로, 아마존은 커머스를 기반으로 AI 사업을 합니다. 저희도 티맵이나 Btv, 키즈폰이 없었다면 이 사업은 굉장히 지난한 일이 됐을 겁니다. 다만 KT도 IPTV로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일상 공간 곳곳으로 확장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최근 구글이 국내에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플랫폼 관련 TV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사실은 무서워요. 구글은 너무 가진 게 많잖아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유튜브 등 플랫폼과 콘텐츠, 둘 다 갖고 있어요. 두 개의 파워가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저희도 구글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초기부터 고민했어요. 분명히 들어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들어와서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구글이 9월부터 대대적으로 사업을 할 것 같은데, 그래서 8월에 광고도 시작한 것 같아요. 메인 시간대에 하더군요.(웃음)

 

사실 구글은 올해 CES(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에서 곳곳에 (구글홈 등 인공지능 서비스) 광고를 많이 하더군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어요.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에 위기감을 느꼈거나, 인공지능에 베팅을 시작했거나. 지난해 CES는 아마존은 없어도 알렉사는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알렉사가 화제였죠. 저희의 전략은 더 빨리 국내 기반을 더 다지는 겁니다. 

 

-구글을 이길 수 있을까요

▲구글과 협력도 경쟁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구글과 협력하든 경쟁하든 기본적으로 저희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올해 말까지 누구의 MAU를 500만~600만명을 넘겨 사용자 파워를 키우겠습니다.


-누구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누구 사업을 하기 전 저희가 보고서를 쓴 게 있었어요. 2015년쯤이죠. 그게 뭐냐면 앞으로 인공지능은 '퍼스트 콘택트'(First Contact·제일접촉)를 가져갈 것이다. 고객의 퍼스트 콘택트. 고객이 어떤 활동을 할 때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에게 먼저 얘기한다는 말입니다. '요즘 영화 뭐가 핫해? 언제 미용실 예약해줘. 전에 샀던 기저귀 사달라'는 등의 대화를 인공지능이 점유하고, 모든 비즈니스에 뒤에 인공지능이 붙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퍼스트 콘택트를 가져가기 위해선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이걸 더욱 강화할 겁니다. 특히 MAU 면에서는 저희가 가장 앞서는데요. 사용자 수가 많으면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키우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유리하죠. 아울러 구글과 같은 빅플레이어와 싸울 때 저희가 해볼 만한 건 속도입니다. 규모의 경제, 기술력, 인력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비교하기 힘들지만, 우리나라 시장에서 자리 잡은 현재의 강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간다는 거죠.

 

-계속 잘 할 수 있을까요

▲통신사 입장에서 네이트 등을 하면서 다른 비즈니스 플랫폼을 해봤습니다. 네이버, 카카오에 밀렸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우리도 다시한번 해볼 수 있습니다. 퍼스트 콘택트를 가져갈 기회라는 말입니다. 물론 당분간 각축전이 벌어지다가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겁니다. 아직 시작일 뿐입니다.

 

-누구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나요
▲각각의 POC를 좀 더 단단하게 묶는 게 일순위입니다. POC를 더욱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것도 빠르게요. 사실 '넥스트'를 준비해야 합니다. 내년에 좀 더 앞서가는 뭔가가 나올 겁니다. 아직 비밀인데요.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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