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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입사 9개월차가 만든 '1000만원 택배'

  • 2018.12.03(월) 16:22

고은주 이베이코리아 G9 마케팅팀 매니저 인터뷰
'1000만원 경품' 트렌드 트럭 기획…SNS서 화제
G9의 트렌디한 상품 소개…실제 구매로도 이어져

'당첨'과는 참 인연이 없는 편이다. 다들 한다는 로또조차 사 본 일이 없다. 어차피 안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 딱 한 번 당첨이란 걸 경험한 일이 있다. 어린 시절 동화책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마지막 장에 엽서 하나가 있었다. 감상문을 써 보내면 10명을 뽑아 책을 선물한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파란색 볼펜으로 빼곡하게 감상문을 적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으니 내용은 뻔했을 것이다. 그래도 두근대는 마음으로 엽서를 보냈고, 신나게 노느라 이내 엽서를 보낸 사실도 잊어버렸다. 한참 뒤 집으로 서류봉투에 싸인 무언가가 배달됐다. 그 안에는 북유럽 신화책이 한 권 들어있었다.

신기했다. 생애 처음으로 당첨이란 걸 경험했다. 동화책을 들고 방방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응모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아이들 중에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빙긋 웃음이 난다.

SNS는 주로 화장실에서 하는 편이다. 온전히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다. 집중력도 높아진다. 옛날 어르신들이 공부는 화장실에서 하라고 하신 말씀이 수긍이 간다. SNS에 적극적이지는 않다. 다만 죽 훑어는 본다. 그러다가 최근 눈에 띄는 동영상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명씩 1000만원의 경품을 주는 내용이었다.

1000만원어치 경품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받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동영상에 등장하는 당첨자들의 표정을 보며 부러움에 침을 흘렸다. '아, 저건 와이프가 좋아하는 건데. 저건 우리 애들이 받으면 엄청 좋아하겠다'. 화장실에 앉아 내가 1000만원 경품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며 찰나였지만 행복했다.

▲ 고은주 이베이코리아 G9 마케팅팀 매니저.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동영상을 보면서 누가 만들었을까 혹시 흔히들 이야기하는 '주작(做作)'은 아닐까 궁금했다. 마침 이베이코리아와 자리가 있어 물었다. 명확하게 답을 해줄 사람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연락이 왔다. 지난달 27일 고은주 이베이코리아 G9 마케팅팀 매니저를 만나 1000만원 경품의 전말을 들었다.

고 매니저는 입사 9개월차다. 살짝 놀랐다. G9의 '트렌드 트럭'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담당자가 생각보다 너무 신참이어서다. '트렌드 트럭'은 G9가 진행하는 이벤트다. '1000만원 택배'로도 불린다. 매달 응모한 고객 중 한 명을 선정해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트렌드 상품을 담은 트럭이 직접 찾아간다. 10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한다. 별도의 사전 구매 조건 등도 없다.

수줍게 명함을 건네는 고 매니저에게 대뜸 이런 인터뷰를 해봤는지 물었다. 그는 "인터뷰는 처음이다. 그래서 무척 떨린다"며 얼굴을 붉혔다. 신참 특유의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이 확 묻어났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 매니저는 이베이코리아 입사 전 광고회사의 기획자로 4년간 일했다. '트렌드 트럭'이라는 이벤트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트렌드 트럭' 기획 의도가 궁금했다. 고 매니저는 "G9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다"며 "팀 내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놨고 그중 하나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택배는 누구나 기다린다는 콘셉트에서 시작했다. 택배라는 아이템으로 재미있게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이번 '트렌드 트럭'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렌드 트럭'은 트럭에 경품을 실어 당첨자에게 통째로 보내준다. 경품을 받는 과정은 SNS를 통해 동영상으로 공개한다. 고 매니저는 "G9는 다른 커머스와 달리 트렌디한 프리미엄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곳은 주로 세일 상품 위주지만 우리는 고가라도 트렌디하고 제대로 된 상품을 보여주자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이런 상품들을 단순 진열이 아니라 큐레이션해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트렌드 트럭'은 G9가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소비자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찾아 경험하고, 다른 커머스들과 차별화된 포인트를 직접 느끼도록 하는 일종의 '미끼'인 셈이다. 그도 "1000만원 상품은 미끼가 맞다"면서 "경품으로 구성한 상품을 통해 G9의 정체성을 보여주자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궁금한 경품 구성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너무 다양하다"며 "기본적으로 20개 이내로 상품을 구성한다. 크게 G9의 5가지 카테고리 내에서 골고루 상품을 선택한다. 2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상품부터 3만원 미만 립밤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G9의 상품 선택은 고 매니저의 말처럼 트렌디했다. 지난 10월 상품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던 아이폰 XS를 해외직구로 들여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고 매니저는 "매월 '트렌드 트럭' 응모에 약 10만 명 정도가 참여한다. 댓글은 3만 개 정도 달린다"고 전했다. 이어 "당첨자에게 직접 당첨 소식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드리면 대부분 보이스 피싱인 줄 안다"면서 "한참 설명한 후에야 당첨 사실을 알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즐겁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고 매니저는 매번 당첨자가 선정될 때 마다 직접 '트렌드 트럭'과 함께 당첨자에게 배달을 나간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당첨자는 43세의 가장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가장이다 보니 집에 필요한 제품들을 받아서 무척 기뻐하셨던 기억이 난다"면서 "특히 비염이 심한 아이를 위한 공기청정기와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선물을 주지 못한 아내에게 명품백을 선물할 수 있어 고마워하셨다"고 설명했다.

문득 사심이 들었다. 혹시 당첨 확률을 높일 방법이 있는지를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단호하게 "그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팁을 줬다. 고 매니저는 "'트렌드 트럭' 이벤트를 SNS에서 공유하면 당첨자 후보에 오를 확률이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그는 "댓글에 주작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억울하다"면서 "어떤 분들은 댓글에 자신의 어렵고 힘든 사연을 구구절절 적어주시는 분도 계신다. 그런 글들을 보면 마음이 무척 아프지만 당첨자는 철저히 100% 랜덤 추첨이어서 우리가 어떻게 손쓸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트렌드 트럭' 당첨자 선정 과정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 법무팀 입회하에 모든 과정을 녹화한다. 처음에는 응모자 중 100명을, 그다음으로는 10명을, 마지막으로 한 명을 뽑는다. 워낙 경품의 액수가 크다 보니 자칫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진행한다. 고 매니저가 악성 댓글에 대해 억울해 할만도 하다.

고 매니저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트렌트 트럭'은 실제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매달 10만 명의 응모자 중 10%에 해당하는 1만 명이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 입사 9개월 차 신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캠페인이 애초 의도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회사 내에서도 '트렌드 트럭'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고 매니저는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트렌드 트럭'이 워낙 명확한 프로젝트이고 구조도 정해져 있다 보니 횟수가 지날수록 주목도가 조금씩 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진행한 '트렌드 트럭' 이벤트는 이달에는 쉰다. 대신 좀 더 준비해 더 크고 더 다양한 아이템으로 내년 1월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지금은 일종의 휴식기인 셈이다.

끝으로 입사 9개월차에 대박을 터뜨린 고 매니저의 소감을 물었다. 그는 "좀 더 많은 소비자가 G9가 제안하는 트렌디한 프리미엄 상품들을 경험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획과 아이템들을 발굴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G9 사이트를 열었다. 그간 몇 번 스치듯 방문해봤지만 이번처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은 없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내년 1월, 고 매니저가 던져 준 팁을 시작으로 1000만원 경품에 도전할 생각이다. 1000만원 경품 트럭이 우리 집 앞에 올 날을 상상해본다. 나도 정말 좋은 아빠, 정말 좋은 남편이 되고 싶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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