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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약가 '뚝'…제약업 구조조정 촉매되나

  • 2019.03.19(화) 16:57

정부, '제네릭 기준 높이고 약가는 인하' 제도 개편
업계 "최대 수백억 신규투자 필요…중소형사 말살"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대비 30%까지 낮추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제네릭의 난립을 막고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제네릭 기준은 높이고 약가는 낮추는 방식은 제네릭 활성화 정책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약업 구조조정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과 약가를 맞출 수 있는 대형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 제약사들은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네릭: 신약으로 개발한 원조의약품(오리지널)의 특허기간이 끝난 후 동일한 성분으로 똑같이 복제해 만든 의약품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약효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 주성분을 함유한 제네릭의 생체이용률이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험.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을 논의하고 이달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 인하다. 종전까지 오리지널 약가의 59.5%를 보장했던 제네릭 약가를 ▲자사 제조 유무와 ▲자사 생동 유무 ▲원료의약품 직접 등록(DMF) 유무 등 3가지 기준에 따라 차등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지금까진 대형 제약사조차 생동성 시험부터 생산까지 대부분 위탁에 의존해왔는데 앞으론 자체적으로 제조 및 생산 능력을 갖춰야 더 높은 약가를 보장해주겠다는 얘기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오리지널 약가의 53.55%, 2개를 충족하면 43~45%, 1개만 충족하면 32~33% 수준으로 제네릭 약가를 책정한다. 만약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30%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이마저도 선착순이다. 20번째 이내로 등록한 제네릭에 한해 이 기준을 적용하고, 21번째 이후로 등록한 제네릭은 계단식 약가차감제를 적용해 최저 약가의 90% 수준만 받을 수 있다.

즉 오리지널 약가가 1000원이고 20번째 이내로 등록한 제네릭이 3개 요건을 모두 만족한 경우 최저 약가는 536원이며, 21번째 이후 제네릭은 482원밖에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20번째 이내 제네릭 중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최저 약가가 300원으로 책정되면 그 이후 제네릭 약가는 270원으로 더 떨어진다.

적용 시기는 계단식 약가차감제는 신규 품목부터 바로 적용하고, 20번째 이내 제네릭에 대해선 2년 유예 후 약가 재평가를 통해 기존 제네릭 품목들까지 포함해 일괄적으로 적용한다.

제약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기대대로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제조 및 생산 능력을 갖추면 제네릭의 난립을 막고 품질도 높일 수 있지만 당장 비용 부담이 확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3가지 요건 중 원료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제조하려면 큰 비용이 든다. 원료의약품 공장을 인수하거나 새로 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들어간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실제로 기존엔 중소 제약사는 물론 대형사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원료의약품은 전문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생동성 시험 역시 위탁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맞추려면 모든 제약사가 새롭게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 결국 자본력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품목이 줄면서 오히려 유리해질 수도 있다.

반면 중소 제약사들의 경우 생존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특히 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 제약사의 경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 비용을 감당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제약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제약사들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중소 제약사들이 살아남으려면 인수합병 등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그냥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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