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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약값 차등화…옥석가리기 vs 발목잡기

  • 2019.03.27(수) 16:38

자체 생동성 시험·등록 원료약 사용 등이 기준
제약업계는 '생동 대란' 등 제약산업 위축 우려

보건복지부가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약값을 차등화한다. 기존엔 일괄적으로 약가를 보장해줬지만 앞으론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과 식약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 2개 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약가를 다르게 산정하기로 했다.

그러면 개발 비용은 더 들어가고, 반대로 약값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 제약사들의 경우 구조조정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다.

정부가 애초 논의하던 안과 비교하면 한발 후퇴한 내용이긴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개편안이 제약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제네릭: 신약으로 개발한 원조의약품(오리지널)의 특허기간이 끝난 후 동일한 성분으로 똑같이 복제해 만든 의약품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약효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 주성분을 함유한 제네릭의 생체이용률이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험.

◇ 제네릭 약가, '자체 생동성·등록 원료약 사용' 2개 요건 따라 차등화

보건복지부는 27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을 바꿔 책임성 강화와 함께 개발 과정에 들어간 노력에 따라 약가를 차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은 지난 2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제네릭 의약품 허가제도 개편방향 등과 연계해 추진한다. 식약처는 앞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위탁·공동 허가 수를 1+3으로 제한하고, 3년 경과 후 전면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일부 저품질 원료의약품 사용에 따른 완제 의약품 품질문제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의약품 동등성 확보가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 원료의약품 등록제도(Drug Master File)를 소급 적용(등록 원료의약품 대상은 식약처장이 지정ㆍ고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제약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 투자 등의 노력 여부에 따라 보상체계를 다르게 적용하도록 약가제도를 개편했다. 특히 그간 업계가 우려를 표시한 일괄적인 약가인하 방식이 아닌 차등가격 체계를 통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동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개편안을 살펴보면 의약품 성분별 20개 내에선 건강보험 등재 순서와 상관없이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등 2개 기준 요건충족 여부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산정한다.

※ 기준 요건 세부 내용

①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
- 품목 허가권자(제약사)가 직접 주관이 되어 단독 또는 타사와 공동으로 수행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 보고서를 보유한 경우

②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 완제 의약품 제조 시, 식약처 고시(「원료의약품 등록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주성분으로 사용하는 경우

2개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제네릭 등재 전) 원조(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가격을 산정한다. 기준 요건충족 수준에 따라 53.55%에서 0.85씩 각각 곱한 가격으로 내려간다. 가령 한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원조 의약품 가격의 45.52%,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면 38.69%까지 떨어지게 된다.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째부터는 기준 요건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를 산정한다. 예를 들면 21번째 제네릭은 20개 내 제품 최저가의 85%로 산정하고, 22번째 제네릭은 21번째 제네릭 가격의 85%로 산정하는 식이다.

이번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 및 보건복지부 고시를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제약계 및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제네릭과 기존에 등재된 제네릭(현재 건강보험 급여 적용 중인 제네릭)으로 구분해 시점을 다르게 적용할 계획이다. 신규 제네릭의 경우 규정 개정 및 일정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을 적용한다. 기존에 등재된 제네릭은 기준 요건 준비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3년의 준비기간을 부여한 후 개편안을 적용한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개편안이 제약사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대내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환자 안전 관리 강화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세부 운영 방안은 제약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제약사 및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 환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세심히 살펴가며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 제약업계, '생동 대란' 등 제약산업 위축 우려

정부가 당초 논의 중이던 제네릭 약가인하 요건을 조정하긴 했지만 제약업계는 제약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여전히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당초 정부 방침과 비교해볼 때 과도한 약가인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의견을 나름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제약산업계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위탁 생동성시험을 1+3개사로 제한하고 이후 완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복지부가 자체 생동성 시험을 요건으로 내걸면서 제약업계에선 '생동 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기존엔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생동성 시험을 해왔는데 앞으론 자체 시험으로 바뀌면서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제약업계는 정부가 제약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도 반복적인 약가인하로 오히려 산업 현장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협회는 "정부는 이제 제약산업을 규제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제약산업계도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제네릭 관련 대책이 제네릭 전반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같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제약산업계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진행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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