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사보다 비싸면 차액을 보상해주겠다.', 'E사, C사와 가격비교를 통해 매일 최저가로 가격을 변경하겠다.'
유통업계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이마트 등 대형마트까지 가세하면서 열기가 뜨거워지더니 최근엔 경쟁사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디테일'한 가격 비교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대표주자'격으로 통하는 이마트(E사)와 쿠팡(C사)이 주된 '저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는 'C사와 식품가격 비교 결과 공개'라는 보도자료를 내놔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사 식품 카테고리 매출 1~50위 상품 가운데 74%인 34개가 C사 상품보다 저렴하다는 내용입니다. 위메프는 그러면서 생필품 카테고리 상품 가운데 C사보다 가격이 비쌀 경우 차액의 200%를 보상해주겠다는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C사는 다름 아닌 이커머스 업계 선두주자인 쿠팡입니다.
앞서 롯데마트는 '극한가격'이란 타이틀로 E대형마트와 C온라인사와 비교해 매일 최저가로 가격을 변경하는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E대형마트는 이마트, C온라인사는 쿠팡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왜 쿠팡과 이마트를 콕 짚어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걸까요. 당연히 이 두 업체가 각 영역에서 가장 '핫'하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쿠팡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연 매출 신장률이 65%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대형마트 업계에서 오랜 기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너도나도 '최저가'와 '특가'를 외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정업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때마다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최근 경쟁은 올해 초 이마트가 촉발했습니다. 이마트가 '국민가격'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가격 경쟁의 불을 붙였고, 이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쿠팡이나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계속 가격 경쟁을 벌여오긴 했는데 최근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의 차별성이 없어진 겁니다. 단순히 '우리가 가장 싸다'라는 외침이 통하지 않게 되자 특정업체를 지목해 주목도를 높일 필요가 생긴 것이죠. 해당 업체가 반발한다면 되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도 있는 거고요.
물론 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유통업체들의 경쟁은 자연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초특가', '최저가' 경쟁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열면 매출은 올라갈 겁니다. 그러나 수익성은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지난해 쿠팡은 놀라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영업적자는 1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손실률도 높아졌습니다.
이마트를 볼까요.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음에도 실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할인점인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 83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7257억원에서 다소 늘긴 했는데요. 반면 영업이익의 경우 11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22억원보다 29.5%나 줄었습니다.
이처럼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펼치는데도 수익성은 나빠지고, 게다가 주목도 받지 못하면 노이즈 마케팅이 슬슬 고개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싸움을 이어가다 보면 급기야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도 있고요.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3사는 수년 전 돌아가며 소송을 벌인 적 있는데요. 티몬은 쿠팡을, 위메프는 티몬을, 쿠팡은 티몬을 상대로 소송을 했던 '흑역사'가 있습니다. 제각각 이유는 달랐지만 2010년대 초반 소셜커머스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초반 기싸움이 벌어졌던 겁니다.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지 못하니 상대방을 헐뜯기 시작했고, 결국 법정으로 향했던 겁니다.
요즘 유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 경쟁이 조마조마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가격 외에는 내세울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누군가 더 이상 힘에 부쳐 무너져야 끝나는 게임이 아닐까라는 우려입니다. 과연 이런 전략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고육지책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