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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불붙은 아이스크림 시장

  • 2019.09.30(월) 14:44

아이스크림 시장 침체에도 프리미엄 수요 급증
해외 유명 프리미엄 브랜드 잇따라 국내 입성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진출을 선언하면서다. 매년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 본격적인 프리미엄 열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시장

한때 2조원을 웃돌던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매년 뒷걸음질하고 있다. 작년에는 1조 6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조 184억원이던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점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 6291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유로모니터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13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1조원대로 내려앉은 이후 계속 규모가 줄어들어 올해는 1조 6648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자료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단위 : 억원.

과거 대표적인 디저트이자 간식거리였던 아이스크림이 수난을 겪는 이유는 저출산 탓이 크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아동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주요 수요층이 아동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커피 등 다른 디저트의 성장도 아이스크림 시장 축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파인트 아이스크림(통 아이스크림)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곳은 빙그레다. 빙그레는 '투게더'를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빙그레의 파인트 아이스크림 점유율은 3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제과(20%)와 해태제과(15%), 롯데푸드(11%) 등이그 뒤를 잇고 있다.

◇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세

반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성장세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15년 1710억원에서 2017년 1760억원으로 성장했다. 아이스크림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유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만 소폭이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추세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6년 18.4%에서 올해(9월 16일까지) 23.6%로 상승했다. 이마트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1.5%에서 올해 상반기 27.8%로 6.3%포인트 높아졌다.

자료 : 세븐일레븐, 단위 : %.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의식이 변해서다.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같은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예 접근도 못할 고가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상품에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가격대가 높다. 대부분 1만원대가 넘는다. 같은 용량의 국내 아이스크림 전문점 제품 가격은 대부분 1만원 미만이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주는 만족감과 저칼로리, 유기농 등의 특징에 소비자들이 끌리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  해외 브랜드, 한국 시장 노크

글로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도 한국 아이스크림 시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미국의 '헤일로탑'에 이어 '벤앤제리스'까지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벤앤제리스와 헤일로탑은 글로벌 파인트 아이스크림 점유율 1위와 3위 브랜드다. 가능성은 이미 확인했다. 벤앤제리스는 지난 8월 편의점 GS25를 통해 제품을 선 출시해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공식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

헤일로탑은 맥심커피로 유명한 동서에서 독점 수입한다. 롯데마트와 국내 할인점 최초 입점 계약을 맺고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벤앤제리스와 헤일로탑 모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다. 벤앤제리스는 성장 촉진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은 소에서 나온 원유와 함께 인공색소, 합성향료 등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헤일로탑은 저칼로리, 풍부한 단백질, 저설탕, 천연·유기농 원료로 미국 시장을 석권한 브랜드다.

미국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헤일로탑'.

유럽 아이스크림 판매 1위인 '매그넘'도 지난 6월 서울 강남역에 매장을 오픈한데 이어 세븐일레븐을 통해 파인트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내놨다. 신세계푸드는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쓰리트윈즈'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을 잇따라 노크하고 있는 이유는 아이스크림 특유의 풍부한 맛을 즐기면서도 건강을 챙기려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출시했지만 아이스크림 특유의 식감과 맛을 살리지 못해 대부분 생산을 중단한 상태"라며 "이 때문에 한동안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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