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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애경의 '마지막 퍼즐' 누가 채울까

  • 2019.10.07(월) 08:37

인수자금 필요한 애경 FI 찾아 동분서주
IMM PE 등 거론…실탄 부족 여전히 숙제

"에이, 애경은 아닐 거예요". 며칠 전 증권업계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는 얼마 전 증권업계 사람들이 모여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점쳐봤다고 했습니다. 사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오간 이야기를 전하던 그는 애경 이야기가 나오자 단호히 "아닐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곳 중 제가 담당하고 있는 곳은 애경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가 너무도 단호하게 부정하자 오기가 생겼습니다. 저는 "애경이 인수 시 시너지 측면에서 가장 앞서지 않나요?"하고 나름 항변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 부분은 인정하지만 가장 큰 약점이 있잖아요. 돈이요. 애경은 돈이 없잖아요"라고 답하더군요.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돈'은 애경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약점입니다. 그의 말은 시장이 애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시장은 애경에 "인수 자금을 댈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애경은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지금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애경으로선 실탄 부족 탓에 인수전 참여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으니 이 문제를 더욱 확실히 매듭짓고 싶을 겁니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가장 먼저 인수 의사를 밝힌 곳입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행보도 적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애경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현재 애경의 지주사인 AK홀딩스 등 애경그룹의 가용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000억~4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이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나머지는 외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애경의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믿을 만한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현재 애경은 FI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애경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입니다. 인수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서울, 에어부산과 같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을 가져오면 이미 보유 중인 제주항공과 시너지를 기대할만합니다.

결국 '믿을만한 FI'를 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것이 마지막 퍼즐입니다. 애경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경은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된 이후 "그동안 축적한 경영 노하우와 제주항공의 경쟁력을 자산으로 다수의 신뢰도 높은 FI와 성공적인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 걱정 말라는 시그널을 보낸 겁니다.

대형 인수·합병의 특성상 인수 후보자들의 움직임은 늘 관심사입니다. 그들의 다음 행보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어서입니다. 더불어 이런 이유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늘 비밀스럽습니다. 그것을 잡아 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현재 애경이 어떤 FI와 접촉하고 있는지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감지됩니다.

현재 업계 등에 알려진 바로는 애경은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인수전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IMM PE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 유력한 참여 후보로도 거론됐던 곳입니다. 벌써 애경과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IMM PE는 그동안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을 인수하고 또 성공적으로 엑시트하고 있는 곳입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스톤브릿지캐피탈도 애경과 손을 잡을만한 FI로 꼽힙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는 FI가 단독으로 참여할 수 없게 돼있습니다. 따라서 FI가 필요한 애경과 SI가 필요한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더불어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지난 2017년 애경산업에 400억원을 투자한 바가 있어 애경과의 협력이 어색한 일만은 아닙니다.

이 밖에 에어부산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BNK금융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위해 컨소시엄을 준비했던 NH투자증권도 애경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FI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애경이 해외 항공사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는 그만큼 애경이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FI를 확보하려 한다는 방증일 겁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적격 인수 후보로 꼽힌 곳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모두들 치열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실사와 FI 확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애경 입장에선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없애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이번 아시이나항공 인수전은 여전히 본입찰에 다른 대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 따라서 애경이 인수 후 시너지만을 무기로 이번 인수전을 이끌어 가기는 무리입니다. 만일 막판에 대기업들이 참여를 선언하게 되면 인수전의 무게추가 확실히 그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농후해서입니다. 이는 곧 애경이 강력하고 믿을 만한 FI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애경이 보여준 행보만 놓고 보자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인수전 참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해석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애경의 입장에서도 이런 의심이나 자금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FI를 확보,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성에 대한 의심과 자금력에 대한 우려를 한 번에 날려버릴 가장 강력한 무기일 테니까요.

애경은 이번 인수전의 완주를, 더 나아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애경이 과연 믿을만한 FI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을까요? 유독 애경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아마 저 뿐만은 아닐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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