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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추진' 티몬, 완주 가능성은

  • 2020.06.18(목) 14:54

타임커머스 덕에 월 흑자 달성…연간 흑자 목표
'완전 자본잠식' 재무구조 걸림돌…투자유치 난항

이커머스 업체 티몬이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공개(IPO)에 대비해 매출 기준을 거래액이 아닌 수수료, 광고비 등으로 바꾸는 등 '숫자 관리'에 들어갔다. 작년에는 적자였던 마트 사업 등 직접 물류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타임커머스'에 집중키로 했다. 타임커머스는 초·분 단위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대규모 할인 등의 혜택을 부여해 작년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 왔던 실적도 좋아졌다. 지난 3월에는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월 흑자를 기록했다. 티몬이 구상하고 있는 타임커머스가 자리를 잡으면 향후에도 월 흑자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몬은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예상대로 올해 흑자로 전환한다면 내년 상장을 앞둔 만큼 상장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티몬 상장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큰 의미가 있다. 티몬은 국내 첫 이커머스 업체다. 2010년 5월 단 하루 동안 단 하나의 지역 티켓 상품을 반값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열었다.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인 ‘티비온’을 론칭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외형은 계속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았다. 티몬은 매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여기에 쿠팡, 위메프와 같은 경쟁업체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티몬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사실 티몬의 이번 상장 추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티몬은 상장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실적 악화가 원인이었다.

티몬의 최대 주주는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다. 이들이 지분 98.38%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 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점은 곧 언젠가는 출구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KKR과 앵커에쿼티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KKR과 앵커에쿼티는 티몬의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결국 다시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위 : 억원. *19년은 매출액 기준을 기존의 거래액이 아닌 수수료, 광고비 기준으로 전환.

마침 작년 말부터 시작한 타임커머스의 반응이 좋았다. 티몬은 타임커머스에서 가능성을 봤다. 그동안 상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년 12월과 올해 5월의 실적을 비교하면 판매량은 217%, 매출은 187% 늘었다. 티몬은 타임커머스를 앞세워 2분기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실적 지표가 나아지자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티몬은 지난 4월 상장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했다. 상장에 나서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을 한 셈이다. 티몬은 "최근 수익성을 개선하고 향후 구체적인 성장 전략도 마련했다고 판단해 IPO에 돌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티몬은 연간 흑자를 목표하고 있다. 내년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흑자전환을 이뤄야 한다.

티몬이 내년 상장을 위해 실적 향상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반대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장 큰 이유는 티몬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 티몬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따라서 이를 상장 전에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완전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유치가 필수다. 문제는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티몬은 최근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0억 원을 유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상장에 나서는 것이 티몬이 그리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이후 상장을 통해 3000억 원 가량을 더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투자자 유치를 통해 3000억 원을 확보하는 것이 티몬이 당면한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티몬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이커머스 업계는 이미 강력한 선두주자 쿠팡을 중심으로 재편이 완료된 상태다. 티몬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3000억 원을 유치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일부 투자자들을 접촉했지만, 투자자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티몬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티몬은 지난 3월 월 흑자를 기록했지만, 4월에는 소폭의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임직원들의 성과급과 인센티브 지급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5월이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티몬은 전체 매출에서 공연과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공연과 여행 분야는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따라서 5월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티몬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상장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티몬이 현재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숫자지만 티몬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부정적인데다 시장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투자자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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