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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네릭]①'약가 차등제' 도입…당근 없이 채찍만

  • 2021.01.06(수) 15:01

20번째 이후 등록 제네릭 사실상 퇴출
제네릭 난립 저지 효과…제약산업은 위축

제약‧바이오 업계에게 2020년은 암울한 한 해였다. 정부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하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으로 복제의약품(제네릭) 정책이 크게 변화돼서다. 정부가 내놓은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는 국내 제약산업을 키워온 제네릭 약가에 타격을 주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새 국면을 맞은 제네릭 정책의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정부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제네릭의 가격 산정 체계를 개편했다. 약제비 적정 관리를 위해서다. 기존 약가제도는 동일 성분의 경우 동일한 약가를 받는 방식이었다. 늦게 진입하더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 전 약가 대비 모두 동일하게 53.55%를 받았다. 출시 시기나 개발 방법에 관계없이 성분만 같으면 동일한 약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제네릭 간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 2018년 중국산 원료의약품에서 발암위험물질이 발견됐던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성분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내 허가받은 ‘발사르탄’ 제네릭만 200여 개가 넘었다. 정부가 해당 제네릭들을 수거해 발암위험물질 여부를 검사하는 데에만 두 달 가까이 소요됐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차등제·계단식 약가제도’를 시행, 제네릭 난립을 막는 동시에 품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는 1~19번째 허가를 신청한 제네릭에 한해 단계별로 약가를 차등 적용한다.[관련 기사: 제네릭, 약값 차등화…옥석가리기 vs 발목잡기]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 또는 자체 임상시험’과 ‘등록된 원료의약품(DMF*) 사용’ 두 가지 요건을 만족한 경우 오리지널 약가의 53.55%, 둘 중 한 가지만 만족한 경우 45.52%, 둘 다 만족하지 못한 경우 38.69%의 약가를 받는다. 20번째 이후에 허가를 받는 제네릭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38.69%의 85% 또는 최저가의 85%가 약가로 책정된다.

*원료의약품 등록제도(DMF): 신약의 원료의약품 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고시한 원료의약품에 대해 성분·명칭·제조방법 등을 등록·관리하는 제도.

현행 약가제도에서는 사실상 20번째 이후 제네릭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최저가’ 기준이 20번째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15%의 약가가 낮아지는 계단식 구조여서다. 특히 신규 보험약가 등재 의약품뿐만 아니라 이미 등재된 의약품에도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이미 처방되고 있는 다수 제네릭이 퇴출될 위기에 몰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차등제·계단식 약가제도’를 과거 실패한 약가제도의 재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2년 이전까지 약가제도는 의약품 등재순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던 계단형 결정방식이었다. 당시 정부는 계단형 결정방식의 폐해를 바로 잡고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가격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동일 약가제를 시행했다. 정부는 동일 약가제 시행으로 1년 사이 1조 4600억 원의 약품비를 절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랬던 정부가 다시 과거의 계단식 약가제도를 시행하자 업계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가 현행 약가제도에 반기를 드는 이유는 또 있다. 종종 발생하는 의약품 수급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다. 의약품의 품절 및 공급중단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한국화이자제약의 '테라마이신안연고'는 대표적으로 품절 및 공급중단이 잦은 품목이다. 과거 지난 2018년 간암치료 조영제 '리피오돌'이 원가 문제로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약가 차등제와 함께 도입이 검토됐던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1+3 제한’은 현재 재검토 중이다. 이는 위탁제조업체나 퍼스트 제네릭사가 입증한 생물학적동등성 자료를 최대 3개 제네릭만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는 제한없이 다수 제네릭이 생동성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생동성시험에 드는 비용이 1000만 원이라면 10곳이 공동으로 진행할 경우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만약 ‘공동 생동성시험 1+3 제한’까지 도입된다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사들은 발 디딜 곳조차 없게 된다.

반면 정부는 약가 차등제와 별개로 기술력이 없는 제약사들이 소액을 들여 자료를 구매하는 현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구조가 제네릭 난립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아토젯'의 경우 1개의 자료로 70여 종의 제품이 허가를 받았다. 현행 약가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동성시험 제한이 필수적이다. 이에 법안 통과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의 제네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제네릭 처방률이 9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50~60% 수준이다. 제네릭을 활성화할 제도 마련 없이 무조건 제한만 한다면 결국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상위 제약사들이 독식하는 구조만 만들어 줄 뿐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 제약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게된다. 이는 국내 제약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약가제도로 이제 막 글로벌 진출에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있는 제약산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네릭은 아직 혁신 신약을 개발할 여력이 없는 국내 기업들의 버팀목이다. 향후 제네릭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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