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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코리아, '투 트랙 전략' 쓸 수밖에 없는 이유

  • 2021.04.09(금) 15:07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으로 승부…인지도 확보 총력
시장 공략 실패로 실적 악화…하반기 승부수 띄운다

김은지 BAT코리아 대표./사진=BAT코리아

지난해 5년 만에 시장점유율 반등을 이뤄낸 BAT코리아가 잇따라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프로'의 가격을 90% 인하 프로모션이다. BAT코리아는 앞서 가향담배 시장을 겨냥해 '켄트 더블 프레쉬'를 경쟁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기도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궐련담배 시장 모두를 잡겠다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 궐련형 전자담배 '신규 수요' 잡아라

BAT코리아는 오는 25일까지 글로 프로를 90% 할인 판매하는 '부스트 위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공격적인 전략이다. 경쟁사들도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KT&G는 최근 '릴 하이브리드' 렌탈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기존 '아이코스' 기기를 반납하면 최신 제품을 할인해 주는 보상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BAT코리아처럼 파격적인 할인은 아니다.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다. 프로모션 개시 3일만에 화이트, 아쿠아 색상이 이미 완판됐다. 

이번 프로모션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성장에 발맞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담배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은 약 15.1%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있었던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시 궐련형 전자담배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 탓에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점유율이 10% 초반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BAT코리아는 지금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적기로 판단했다. 글로 프로는 출시 이후 1년 동안 입소문을 타며 역대 글로 제품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5년만에 점유율이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BAT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3%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KT&G와 필립모리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담배는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상품이다. 그만큼 경쟁사 고객을 빼앗기가 쉽지 않다. BAT코리아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결국 파격적 가격을 내세우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가 전자담배 시장에 다시 유입되고 있을 때가 점유율을 높이기 가장 좋은 시기"라며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신규 고객들을 유입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글로 프로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일단은 글로 단말기를 손에 쥐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궐련담배 시장도 '노크'

BAT코리아의 공격적인 전략은 궐련담배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당초 BAT코리아는 글로벌 BAT그룹의 전자담배 중시 정책에 따라 궐련담담배 시장 공략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켄트 더블 프레쉬'를 내놓으며 다시 궐련담배 시장 공략에 나섰다. BAT코리아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BAT코리아는 2017년 글로를 앞세워 매출액 413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에는 3563억 원으로 줄었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2017년에는 1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19년에는 5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공략 방식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공략 방식과 같다. 이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시장에 인지도가 있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봬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켄트는 2010년 출시됐던 국내 최초의 가향·캡슐담배 브랜드다. 가향담배 시장은 최근 담배업계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은 부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국내 가향·캡슐담배의 판매 비중은 2015년 18.7%에서 2019년 38.4%로 성장했다. BAT코리아는 켄트 더블 프레쉬를 경쟁 제품에 대비 500원 저렴하게 내놨다. 그 결과 출시 이후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BAT코리아가 글로벌 전략과 국내 시장 사이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AT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5000만 명의 흡연자를 글로 등 비연소 제품(전자담배)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에 관련된 구체적 목표 수치도 각 지역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글로는 지지부진했다. 글로 프로가 나오고서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 큰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올 하반기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전자담배 단말기들의 교체 주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BAT코리아는 '글로 하이퍼'를 하반기에 투입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 필립모리스도 일본에 '아이코스 일루마'를 선보인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필립모리스는 그동안 일본에 신제품을 출시한 직후 한국에도 선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글로 하이퍼와 아이코스 일루마의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AT코리아 입장에서는 시장에 반전을 꾀할 기회다. 때문에 글로 프로를 공격적으로 보급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둘 필요가 있다. 궐련담배 시장 공략은 이 과정에서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BAT코리아의 투 트랙 전략은 글로벌 전략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며 "일반담배 시장 공략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후, 하반기 글로 하이퍼 출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판도를 바꾸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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