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궐련 담배 '던힐'과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등을 판매하고 있는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코리아가 결국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국에서 운영하던 법인 두 개를 하나로 통폐합하고 인력을 대폭 줄이는 방식이다. 지난 수년간 영업 악화에 시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BAT코리아는 조직을 효율화한 뒤 올해 하반기에는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해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BAT코리아의 영업 조직 등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인 통폐합…인력 구조조정
BAT코리아는 오는 8월 31일 영업을 종료하고 앞으로 BAT로스만스가 그간 국내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모든 제품을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AT는 그간 한국 시장에서 두 법인을 운영해왔다. BAT로스만스는 브랜드 비즈니스를, BAT코리아는 영업과 유통을 맡는 식이었다. 앞으로는 BAT로스만스로 조직을 통폐합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조직을 합치는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작업도 진행한다. 기존 BAT코리아에는 총 800여 명의 직원이 있었다. 이 중 사천 공장 소속 500여 명에 대해서는 고용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 본사 소속 임직원 100여 명의 경우 BAT로스만스로 소속을 이동하거나 희망퇴직을 선택하도록 했다.
더불어 영업사원 200여 명에 대해서는 롯데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취업을 권유했다. 앞으로 BAT 영업 기능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위탁하기로 하면서 해당 인력도 옮기도록 한 셈이다.
영업 악화 지속…한국 사업 축소 수순
BAT코리아가 이처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지난 수년간 지속해 영업 악화에 시달려온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BAT코리아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16년 413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 줄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국내에 굴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의욕적으로 내놨지만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KT&G의 '릴'에 밀리면서 여전히 점유율이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BAT코리아는 최근 공격적인 영업으로 반등을 꾀하기도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면서 가격을 90% 할인해주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선 바 있다. 이를 통해 '글로 프로' 10만대를 3주만에 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 궐련 담배의 경우 신제품의 가격을 경쟁사 제품보다 낮춰 출시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 '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BAT코리아는 일단 국내 조직을 재정비한 뒤 올해 하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해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기존 글로 프로의 업그레이드 제품인 '글로 하이퍼'를 출시한다. 글로 하이퍼는 이미 지난해 4월 일본에 출시된 바 있다. 이어 차세대 제품군인 '파우치형 구강담배' 출시도 고민하고 있다. 파우치형 구강담배는 얇은 티백 파우치를 잇몸에 끼운 상태로 니코틴을 흡수하는 형태의 제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BAT코리아가 이번 개편을 통해 사실상 영업 조직을 없앤 만큼 앞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확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BAT 본사에서 사실상 한국 사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해 인력 구조조정을 한 것 아니겠느냐"며 "조직이 줄어든 만큼 국내에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기는 더욱 쉽지 않아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