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테라 열풍' 주춤…'새 전략' 짜는 하이트진로

  • 2021.11.15(월) 15:10

[워치전망대]유흥시장 위축…소주·맥주 동반 부진
'테라' 인기 시들…실적 '역기저 효과'까지
'위드 코로나' 승부수…수익 다변화 시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이트진로가 3분기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소주·맥주 등 주력 사업 모두 전년 대비 부진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유흥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올해는 외형상 '역기저효과'가 나타난 부분도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위드 코로나'를 기점으롬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해외시장 확대와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한 수익 다변화도 이어갈 예정이다.

작년에 너무 잘 했나?

하이트진로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665억원, 영업이익 42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8%, 21.2% 줄어든 수치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1조6580억원, 영업이익은 19.6% 감소한 1404억원이었다.

주력 사업인 소주·맥주부문이 모두 부진했다. 하이트진로 소주부문의 3분기 매출은 3058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줄었다. 영업이익은 31.3% 감소한 30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맥주부문의 매출은 16.3% 줄어든 2044억원, 영업이익은 '반토막'에 가까운 96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말부터 확산된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탓이다.

하이트진로의 외형 부진은 지난해 '역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역기저 효과'도 실적 악화를 두드러져 보이게 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테라·진로 등 신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2563억원, 영업이익은 1985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10.9%, 125.1%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시장 1위 오비맥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2.3%, 28.0% 줄었다. 올해 실적이 더욱 부진해 보이는 이유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테라·진로가 높은 인기를 얻으며 선출하된 제품이 많아 코로나19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연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대면 판촉 등에서 어려움이 본격화된 결과 전년보다 다소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테라와 참이슬 등의 점유율은 아직 탄탄하다"고 밝혔다.

뼈아픈 '테라'의 제자리걸음

주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이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주류시장은 유흥 시장의 비중이 60%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가정용 시장의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가정용 시장의 주요 소비자는 1~2인 단위의 '혼술족'이다. 당연히 소비량이 유흥용 시장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주류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이트진로만 부진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테라'의 제자리걸음은 뼈아프다는 평가가 많다. 테라는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성장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테라의 전체 맥주 시장 점유율은 2019년 8.2%에서 지난해 16.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1위 카스의 점유율은 50.5%에서 48.4%로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카스와 테라의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테라는 지난해 '폭풍 성장'에 비해 아쉬운 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는 하이트진로의 유흥 시장 중심 판촉 전략과 시장 상황의 변화가 '역시너지'를 낸 결과다. 당초 하이트진로는 유흥용 시장에서 테라의 입지를 굳힌 후 가정용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함께 판촉 활동이 위축되자 테라의 이미지가 다소 옅어졌다. 여기에 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가정용 시장에서는 '익숙한 1위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가정용 주류 시장의 최대 유통채널인 편의점에서는 '수제맥주' 바람이 불었다. '제주맥주'와 '곰표' 등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수제맥주는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정용 시장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테라가 자리잡기에는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빨랐던 셈이다. 결국 하이트진로는 유흥용 시장에서 줄어든 매출을 가정용 시장에서 만회하지 못한 셈이다.

연말 '반전' 노린다…미래 투자도 지속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이달부터 본격적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대면 판촉 등 마케팅 활동을 재개하며 위드 코로나 이후 송년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유흥 시장을 타깃으로 외식업계와의 프로모션도 검토중이다. 가정용 맥주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7월 캔 출고가를 인하한 테라와 발포주 '필라이트'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흥·가정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심산이다.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단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위드 코로나 이후 업황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식 채널에서 소비 비중이 높은 주류 사업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지난해 10월, 올해 2월 거리두기 완화 당시 주류 소비량이 회복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위드 코로나 이후 하이트진로도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는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수익 다변화에도 나섰다. 핵심 축은 '해외 시장'과 '와인'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과일리큐르를 수출 전략상품으로 삼고 중화권·일본·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홍콩·싱가포르 등 3개국에 테라를 수출하며 포트폴리오도 넓혔다. 와인 시장에서는 '가성비'에서 '프리미엄'까지 전 라인업을 갖췄다.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와인 매출은 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미래 경쟁력을 찾기 위한 투자도 진행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이후 총 12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투자 대상은 푸드테크·플랫폼·스마트팜 등으로 다양하다. 하이트진로는 이들에게서 '이종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계획이다. 성장이 정체된 주류 시장을 넘어설 '돌파구'를 찾겠다는 생각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