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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편의점도 NFT 매력에 '풍덩'…실속도 챙길까

  • 2022.03.03(목) 06:50

개성 추구하는 MZ세대 겨냥 마케팅 활발
메타버스 플랫폼 등과 시너지도 고려
실물경제 융합 미지수…활용 전략도 '글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업계가 NFT(대체불가토큰)를 활용한 마케팅·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희소성을 갖춘 NFT 콘텐츠를 활용해, 개성과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나아가 메타버스 플랫폼 등 새로운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NFT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NFT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소비도 활발하다. 하지만 실물경제 기반의 유통업계와 NFT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유통업계가 제시하는 청사진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관련 법규·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질지도 미지수다. 보다 다양하게 NFT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NFT '찍먹' 나서는 유통업계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백화점업계 최초의 자체 NFT 콘텐츠를 내놨다. 미국 아티스트 '베레니스 골먼'과 협업해 봄꽃을 주제로 한 5종의 NFT 영상 1000개를 만들었다. 이 NFT 콘텐츠는 오는 6일까지 백화점 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증정된다. 신세계백화점은 두 번째 NFT도 준비했다. 이달 중 프라다의 신상품 모델 화보를 NFT로 제작해 고객에 무료 증정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NFT를 활용한 마케팅은 유통업계 전반에서 펼쳐지고 있다. CU는 3종의 히어로 캐릭터를 314개 NFT로 만들고, 이달 동안 응모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0일까지 국내 최초로 디지털 NFT 갤러리를 선보인다. 국내 대표 프로필사진(PFP) NFT '메타콩즈'와 협업해 더현대서울에서 전시회를 연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행사 중 추첨을 통해 NFT 경품도 제공할 계획이다.

상품 판매와 NFT를 연결시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제너시스BBQ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NFT 1만개를 발행한다. 이후 NFT 소유 고객 대상 이벤트나 매장 할인 등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 bhc치킨도 NFT를 활용한 멤버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NFT 콘텐츠와 실물을 함께 판매하는 NFT 마켓플레이스를 다음달 오픈한다. LF·젝시믹스 등 패션업계에서도 NFT와 실물 상품의 연계 판매 계획을 짜고 있다.

유통기업이 왜 NFT에 주목할까

유통업계는 NFT를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NFT는 각 콘텐츠에 고유값을 부여한다. 수량이 제한되고 복제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체불가성과 희소성이 갖춰진다. 이런 NFT의 특징이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어울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NFT 콘텐츠를 '나만의 가치'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받아들인다"며 "차별화된 가치만 제공할 수 있다면 NFT를 활용한 마케팅은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1억원 상당의 NFT 경품을 지급한다.

NFT는 고객 확보와 시장 확장에도 효율적이다. 자체 제작 NFT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제작사의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가 이들에게 특정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준비한다면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NFT는 온라인 기반인 만큼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실제 상품 제작 대비 비용도 적게 든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초기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의 '큰 그림'은 NFT와 메타버스 플랫폼의 융합이다. 해외에서는 이를 노린 시도가 이미 활발하다. 나이키는 지난해 가상 패션 NFT 스튜디오 '아티팩트'를 인수했다. 메타버스 패션과 NFT를 접목하기 위해서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NFT를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결제 기능까지 갖춘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2분기 중 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유사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세는 OK, 실제 시너지는?

NFT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시장 데이터 전문 기업 스태티스타는 오는 2025년 글로벌 NFT 시장이 800억달러(약 9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대비 3만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국내 NFT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게임·미술품 경매 등 당장 NFT를 활용할 수 있는 업계는 이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도 NFT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했다.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유통업체는 NFT에서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NFT는 가상 자산의 투자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 각광받았다. 게임 아이템, 희귀한 이미지 등이 초기 시장의 대표 상품이 된 이유다. 반면 유통업의 목표는 결국 실물 판매다. 실제로 사업과 NFT를 접목시킨 유통업체는 많지 않다. SSG닷컴이 병행수입품에 NFT 보증서를 붙이는 'SSG개런티'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이마저도 수익성보다는 대체불가성을 활용한 시도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메타버스 플랫폼과 NFT의 시너지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NFT가 수익을 내려면 오프라인 시장 수준의 '규모'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체의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 정도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이 경우 유통업체에게 NFT는 일부 고객을 록인(Lock-in) 시키는 수단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타 플랫폼에 NFT를 유통시키는 등의 '대안'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NFT는 아직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고 관련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분야이며, 현재 유통업계의 NFT 활용 전략도 마케팅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초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몇 개를 제외하면 NFT를 '캐시카우'로 만들 잠재력이 있는 유통업체는 사실상 없다. 단순히 '핫한 분야'라고 접근하기보다 NFT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짜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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