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새로운 변수의 등장
역시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했던 모양입니다. 꺼진 줄로만 알았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 큰불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워홈 이야기입니다. 아워홈이 다시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남매의 난'이 다시 일어날 조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양새가 좀 이상합니다. 기존의 대립구도였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의 분쟁에 장녀인 구미현 씨까지 뛰어들어서입니다.
구미현 씨의 참전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구미현 씨는 작년 구 부회장이 아워홈에 복귀할 당시 오빠가 아닌 막냇동생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가 있어서입니다. 그 덕분에 구 부회장은 아워홈에 비교적 수월하게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구미현 씨가 이번에는 오빠 편에 섰습니다. 아무래도 '자매 전선'에 모종의 금이 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갑자기 오빠 편에 설 이유가 없습니다.

아워홈은 지난 2000년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세웠습니다. LG유통의 식품서비스 부문을 분리해 만들었습니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등이 주요 사업입니다. 여기에 '온더고'라는 브랜드의 HMR(가정간편식)은 물론 육가공품, 생수 등 다양한 식품과 식자재 등을 취급합니다. 아워홈은 2020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5년까지 아워홈은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이 이끌었습니다. 구 회장의 막내딸인 구 부회장은 구 회장의 자식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해왔습니다. 아버지 곁에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구 회장 다음은 구 부회장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구 부회장은 갑자기 보직해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아워홈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모두 당황했습니다.
오빠, 막냇동생을 내치다
그사이 아워홈은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이 맡습니다. 업계에서는 '장자 승계' 원칙이 확실한 LG그룹 오너 일가의 원칙에 따른 결정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도와 지금껏 아워홈을 성장시켰던 구 부회장의 공을 생각하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인사였습니다. 결국 구 부회장은 아워홈의 관계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물러납니다.
캘리스코는 돈카츠 전문점 '사보텐' 등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아워홈으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아워홈은 캘리스코에 식자재 납품을 일방적으로 종료합니다. 구 부회장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때 구 전 부회장과 구 부회장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등장했습니다. 그간 쌓인 앙금이 결국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법정 공방까지 갔었던 양측의 공방은 일단 봉합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일이 벌어집니다. 아워홈을 운영해왔던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사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습니다. 이때 그동안 절치부심해오던 구 부회장이 나섭니다.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하고 언니 둘과 함께 지분을 합쳐 아워홈에 복귀합니다.
당시 구 부회장의 아워홈 복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오빠와 동생 간의 분쟁에서 동생이 승리한 모양새였기에 더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5년 만에 아워홈 경영에 복귀한 구 부회장은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경영에 몰두했습니다. 성과는 확실했습니다. 아워홈은 지난해 전년 대비 7.1% 증가한 1조740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2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큰 언니, 오빠의 손을 잡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을 떠나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매각을 공표했습니다. 현재 아워홈의 지분율은 구 전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씨 19.28%, 구명진 씨 19.60%,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20.67%, 기타 지분이 1.89%입니다. 앞서 '불씨'라고 말씀드렸던 것이 여기에 있습니다. 구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여전히 최대 주주입니다.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복귀가 가능한 길이 열려있습니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은 복귀보다는 지분 매각을 선택했습니다. 구 부회장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구 부회장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아워홈의 경영권입니다. 이것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최대 주주인 자신이 지분을 매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갖지 못할 바에 너도 갖지 말라'는 겁니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만으로는 경영권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구미현 씨의 지분이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구 전 부회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구미현 씨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단독으로 내놓을 경우보다 같이 내놓으면 구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만큼 매수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매물이 됩니다. 가격도 더 높여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구미현 씨는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의 손을 잡았습니다.
두 남매의 지분을 합하면 57.84%입니다. 과반을 훌쩍 넘습니다. 이 지분을 매입하면 아워홈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구미현 씨측에서는 “장기적인 차원과 회사 발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릅니다. 구미현 씨는 오빠의 손을 잡음으로써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매각 시 더 많은 현금을 쥘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구지은 부회장, 다음 스텝은
사실 그동안 구 전 부회장과 구 부회장의 분쟁에서 남매들은 늘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구 전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 씨, 차녀인 구명진 씨와 막내 구 부회장 이렇게 말이죠. 다만 지난해 구 전 부회장의 보복운전 사건 당시에만 구미현 씨가 구 부회장의 손을 잡으면서 판도가 바뀐 것이었습니다. 구 전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구미현 씨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설득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제 공은 구 부회장에게 넘어갔습니다. 구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오빠의 역습에 언니의 배신까지 겹치면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재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로부터 지분 매각 권한을 위임받은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은 오는 7월 말까지 최종 낙찰자 선정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곧 구 부회장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구 전 부회장 측의 계산대로 된다면 구 부회장은 경영권을 내놔야 합니다. 구 전 부회장과 큰 언니인 구미현 씨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만으로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현재 아워홈에서는 내부적으로 무척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지분 매각 배경과 이후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를 해 대처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만은 않을 듯 보입니다.
아워홈 창업주인 구자학 회장은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지분을 나눠줬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나눠준 지분이 이처럼 남매간 갈등을 유발하는 기폭제가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5년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했던 구 부회장의 아워홈도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구 부회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