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일제히 '반값 한우'를 꺼내들고 있다. 정부가 한우 도매가 폭락으로 어려움에 빠진 농가를 위해 소비 촉진 유도에 나서면서다. 소비 침체에 비수기까지 겹친 2월 매출을 바짝 올리겠다는 업계의 속내도 깔려있다. 저마다 할인율이 40~50%에 이른다. 이번에는 대형마트 뿐 아니라 이커머스도 대대적인 한우 할인에 나섰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갑자기 왜 '반값 한우?'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백화점·쿠팡 등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지난주부터 한우를 최대 반값 가격으로 팔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26일까지 한우 국거리·불고기 1등급, 1+등급 상품 최대 57% 할인 판매한다. 다음달에도 주차별로 품목을 바꿔 한우 할인 행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마트는 올해 연말까지 매월 1회 40% 이상 한우 할인 행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7일 '미트 프라이데이'를 진행했다. 하루 동안 축산 전 제품을 40% 할인해 팔았다. 행사 당일 축산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현재 1등급 한우(국거리·불고기100g)를 2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나로마트, 홈플러스도 할인에 나서는 중이다. 주요 매장마다 사람이 몰리는 '한우 오픈런' 현상도 나타났다.
사실 반값 한우는 업계의 연례행사다. 다만 보통 명절과 연말이 있는 하반기에 집중됐다. 신년 수요도 끝난 이번 2월 행사는 이례적이다. 업계가 이 시기 한우 할인에 나선 이유는 최근 한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절 불었던 한우 열풍이 최근 꺼진 것이 원인이다. 당시 농가는 수요 증가를 예상해 한우 사육 두수를 늘렸다. 이는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소매가는 왜 비싸?
다만 막상 한우를 사려고 하면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한우 지육 경매 가격은 1㎏당 1만3994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경매 가격(1만8299)과 비교해 23.5%나 하락했다. 하지만 소매가 하락률은 2~3% 하락에 그쳐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를 체감하긴 어려뒀다. 농가와 소비자의 괴리가 큰 셈이다.
복잡한 한우 유통구조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한우는 최소 농가에서 소비자에서 오기까지 최소 6개의 경로를 거친다. 우시장·도축장·경매·가공장·도매상·소매상 등이다. 각 과정마다 일정 수준의 마진이 붙어 가격이 비싸진다. 특히 최근 인건비와 운영비, 물류비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도매가격이 하락해도 유통비가 내려가지 않는 한 소비자 가격이 하락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은 이 단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세일을 위해 한우협회·농가 등과 직접 협상해 매입가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정부는 업계의 한우 할인을 독려하며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한우를 연중 20% 낮은 수준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상시 할인으로 한우 가격 하락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속내다.
대형마트 '독무대'였는데
유통사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물론 반값 한우는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마진이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반값 한우를 내놓는 이유는 집객 때문이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육류를 구매하기 위해 마트를 찾은 고객은 주류 등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타 품목 매출을 위한 '미끼'인 셈이다.
특히 2월은 업계의 비수기로 꼽힌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의류 등 소비재 매출이 감소한다. 올해는 최대 명절인 설날조차 1월에 있었다. 이 때문에 보통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보통 10% 정도 줄어든다. 매출 실적을 주도할 특판행사도 없던 상황이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도 극심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반값 한우는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한우 반값 세일에선 이커머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전까지 육류 등 신선식품은 이커머스가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빠른 배송으로 이 벽마저 허물고 있다. 더이상 대형마트의 독무대가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의 주무기였던 '반값 한우'마저 이젠 이커머스에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우는 늘 수요가 충분한데 가격이 높아 주로 집객을 위한 할인 상품으로 판매됐다"며 "정부도 할인을 유도하고 있고 비수기도 도래하면서 업계가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도 이젠 빠른 배송을 무기로 한우 등 신선식품을 넘보며 록인과 매출 상승 등 효과를 노리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