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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애플페이 쓰러갔더니

  • 2023.03.24(금) 07:00

애플페이 하루만에 100만명 등록했지만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애플페이 못 써
신세계 "시장 상황에 따라 도입 결정"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애플페이 되나요?"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첫 서비스된 지 사흘째인 23일. 신촌역 인근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애플페이 결제 가능 여부를 물으니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애플페이 결제를 문의하던 다른 손님들도 결국 지갑에서 카드를 슬그머니 꺼냈다. 인근의 이마트 신촌점도 애플페이 결제가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매장 점원은 "그걸론 결제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최근 유통업계에 애플페이가 도입되고 있지만 신세계그룹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현재 이마트, 스타벅스 등 대부분 신세계 계열사에선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신세계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도입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아직 애플페이가 자리 잡지 않은 점, 관련 설비에 비용이 든다는 점 등이 이유다. 일각에선 신세계가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SSG페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를 내놓고 있다. 

애플페이가 뭐길래

지난 21일 애플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국내에 애플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이폰에 현대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식이다. 카드와 현금이 없어도 매장에 아이폰이 호환되는 NFC 단말기가 설치됐다면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삼성페이처럼 휴대폰을 카드 단말기에 가까이 대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애플페이 등록자수는 서비스 첫날 하루 동안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페이 이용자가 급격히 몰리며 일부 매장에서는 애플페이 결제 오류가 발생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현재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 롯데마트·홈플러스, CU·GS25·세븐일레븐, 파리바게뜨·폴바셋 등이 애플페이 사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다른 업체들도 NFC 단말기 도입 등 이른바 '애플페이 최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페이 사용 가능' 등 홍보물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점심, 여러 매장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한 편의점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 씨는 "전날부터 애플페이에 가입해서 사용해보고 있는데 몇 초만에 결제가 돼서 편리하다"며 "지갑 없는 세상이 이런 건가 싶다"며 말했다. 이 매장 점원은 "오전에 5~6명의 손님이 애플페이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노애플페이존' 신세계
 
신세계그룹 계열사 매장에서 애플페이는 아직 남의 이야기다. 특별한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모두 NFC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애플페이 결제에 필요한 관련 업데이트나 동글이(블루투스 장치)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다른 유통 업체들이 발 빠르게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해왔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비용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NFC 단말기에 새로 설치해야 하는 블루투스 장치의 가격은 약 15만 원 정도다. 2023년 기준 이마트 전국 매장은 129개다. 각 매장에 이를 몇 개씩 설치한다면 인건비 등을 포함해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는 아직 애플페이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이마트24만 애플페이를 도입하고 있다. 물론 이는 편의점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주요 고객층이 아이폰 사용자가 많은 젊은 층이다. 점포 대부분이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인만큼, 점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도 없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도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트24도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상황따라 도입 검토"

신세계는 현재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를 운영중이다. 신세계I&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SSG페이 개발에 100억원 넘게 투자했다. 이런 상황에 애플페이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삼성페이가 출시됐을 당시도 1년이 지나서야 이를 도입했었다. 자사 서비스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좀 더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애플페이의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적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현재 NFC단말기의 보급률은 10%에 불과하다. 애플페이에 대한 고객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인프라가 깔라지 않으면 파급효과는 '찻잔 속 태풍'에 머물수 있다. 신세계가 관망하는 이유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신세계 측은 "애플페이를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이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각 계열사 별로 사엽영역과 여건, 주요 소비자층이 다른 상황"이라며 "각자의 정책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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