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지주가 양재동 부지 개발사이자 종합식품회사인 하림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양재동 부지 개발 사업이 늦어진 데다 식품사업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다. 회사 측은 식품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하림지주 이사회는 계열사인 하림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증자 규모는 300억원으로, 하림산업 지분 100%를 보유한 하림지주가 전액 부담한다. 하림지주는 지난 2월에도 300억원을 하림산업 유상증자에 투자했다. 올해만 600억원이 들어간 것이다.
하림산업은 2016년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9만 4949㎡를 4525억원에 사들여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지으려 했지만 인허가 문제로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이 지연되자 하림산업은 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9년 하림식품, 2023년 즉석밥을 만드는 에이치에스푸드 등 계열사 합병을 통해서다. 2021년엔 전북 익산에 생산시설도 완공했다.
하림산업은 2021년 '더 미식', 올해 3월 가정간편식(HMR) '멜팅피스' 등 브랜드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21년부터 대형마트와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지난해 대리점도 신설하며 판매채널도 넓혔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람산업 영업손실은 2019년 148억원, 2020년 294억원, 2021년 868억원, 2022년 589억원 등 매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작년 말 기준 결손금은 2716억원이 넘어섰다.
적자보다 더 큰 문제는 매출이다. 작년 하람산업의 매출은 461억원으로 매출원가(980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극도로 판매가 부족한 상황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특히 하림산업 밀고 있는 더미식 라면의 지난 1분기 매출은 35억원에 불과하다.
올 1분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분기 하림산업의 매출은 137억원에 머문다. 작년 1분기 매출 90억원 비교하면 52% 증가했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긴 힘든 구조로 분석된다. 지난 1분기 하림산업의 가동률을 보면 △냉동식품 36.51% △조미식품 20.78% △면 27.9%에 머문다. 공장 가동률이 20~30%에 불과한 것이다.
하림산업은 2012년 설립 이후 총 683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것으로 집계된다. △2016년 4월 500억·5월 4300억 △2017년 130억원 △2018년 200억원 △2020년 500억원 △2021년 300억원 △2022년 300억원 △2023년 2월 300억원·7월 300억원 등이다. 양재동 부지 구입대금 4300억원을 제외하고도 2530억원이 운영비 등 명목으로 투입된 것이다.
작년까지 하림산업 증자는 엔에스쇼핑(NS홈쇼핑)이 부담했지만, 올해부터 하림지주 몫이다. 지배구조가 '하림지주→엔에스쇼핑→하림산업'에서 '하림지주→엔에스쇼핑·하림산업'으로 개편되면서다. 하림산업이 하림지주의 손자회사에 자회사로 바뀐 것이다. 올해에만 하림지주가 하림산업에 6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림산업 식품 투자를 위해 증자를 추진했다"며 "식품 사업은 계속 투자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