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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들 쓰러지는데…잼버리 홍보하는 하림

  • 2023.08.03(목) 16:42

하림, 잼버리 국제운영요원 대상 하림푸드로드 홍보
폭염에 잼버리 참여 청소년 온열질환 무더기 발생
잼버리 활용 홍보 '눈살'…운영요원 공백도 우려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 "K-치킨, 라면 놀랍다"

3일 하림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입니다. 2023 새만금스카우트 잼버리의 국제운영요원(IST) 100명이 하림푸드로드(Harim Food Road)에 참여한 것을 홍보한 것입니다. 하림푸드로드는 한국문화 및 산업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북 익산의 ㈜하림과 ㈜하림산업의 닭고기, 라면, 즉석밥 등 생산공정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구성됐습니다. 

하림은 보도자료에 "한국의 치킨과 라면이 궁금했는데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먹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K컬처를 대표하는 치킨 라면 쌀밥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맛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등의 국제운영요원 말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하림치킨로드에서 닭을 손질하는 '발골쇼'를 보고있는 잼버리 국제운영요원들/ 사진 = 하림 제공

하림이 스카우트 잼버리를 홍보에 활용한 이날 전북 부안군에선 열린 세계잼버리대회에선 온열질환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열린 개영식에선 139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중 108명이 온열질환자로 파악되고 있죠.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든 부처가 전력 지원하라"고 나섰고, 국방부도 공병대와 군의관 파견을 지시했습니다. 

폭염이 절정인 8월 초에 더위를 피할 그늘이 없는 간척지에 행사를 진행한 주최측을 질타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운영 미숙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입니다.

이 가운데 하림이 잼버리를 활용한 홍보에 나선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하림푸드로드를 미리 준비한 만큼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홍보는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입니다.

전북 익산시에 본사를 둔 하림은 이번 세계잼버리대회를 적극적으로 후원했습니다. 지난 6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와 5억원 상당의 닭고기 등을 지원하는 후원 계약을 체결했죠. 4만3000여명의 잼버리 참가자가 각국의 레시피로 요리할 수 있는 '새만금 잼버리 빅 디너'에 닭을 공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치킨으로 하나되는 날, 잼버리 빅 디너 개최'라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최창행 사무총장은 "새만금 잼버리 빅 디너에 대원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며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죠. 하지만 정작 정식 잼버리 행사는 빈틈 투성이가 된 것입니다.

하림푸드로드 방문프로그램은 오는 10일까지 국제운영요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계획입니다. 전 세계에서 들뜬 마음으로 한국을 찾은 청소년들이 주최측의 운영 미숙으로 폭염 속에서 쓰러지고 있는 와중에 아이들을 지켜야 할 국제운영요원마저 현장을 비워야 되는 상황이  벌이지게 된 것입니다. 

"K-치킨의 우수성과 닭고기 산업의 발전상을 세계 청소년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지난 6월 보도자료)라는 하림의 잼버리 후원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세계 청소년들은 폭염 속에서 쓰러지고 있고, 한국에 자녀들을 보낸 전 세계 부모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K-치킨, 라면 놀랍다"는 보도자료가 놀라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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