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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의 '다다익선 전략' 성공할까

  • 2023.12.05(화) 16:24

HMR 출시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
초기 시장 안착 여부에 성패 갈려

김홍국 하림 회장/그래픽=비즈워치

하림이 최근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대표 제품 1~2종을 먼저 출시, 성공 여부를 가늠한 후 라인업을 확장한다. 하지만 하림의 전략은 다르다. 처음부터 10여 종의 라인업을 선보인다. 일종의 '다다익선' 전략인 셈이다. 

이제 HMR 기업?

하림은 최근 몇 년간 신규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했다. 메인 브랜드인 '더미식'을 통해 만두와 라면, 즉석밥, 국탕찌개를 내놨다. 심지어 세컨드 브랜드로 분식 전문 브랜드인 '멜팅피스'와 유아식 전문 브랜드인 '푸디버디'까지 선보였다. 웬만한 HMR 카테고리는 전부 손대고 있는 셈이다.

하림의 확장 전략은 세부 라인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근 론칭한 유아식 브랜드 푸디버디는 론칭과 함께 24종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밥부터 찌개, 돈까스, 라면까지 웬만한 제품군은 모두 내놨다.

하림 HMR 라인업/그래픽=비즈워치

지난 10월 출시한 더미식 만두 역시 일반적인 고기 교자만두부터 김치만두, 군만두, 손만두 등 9종을 내놨다. 많은 만두 제조사들이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고기 교자만두로 론칭해 판매 추이를 보면서 신규 라인업을 늘려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분식 전문 브랜드 멜팅피스는 론칭 당시 튀김 7종과 함박까스 3종 등 10종을 먼저 선보였다. 최근에는 핫도그 3종을 추가해 13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다만 이 경우도 당초 계획은 13종 동시 출시였지만, 핫도그 3종 출시가 미뤄지면서 순차 출시로 바뀌었다.

이밖에도 더미식 즉석밥은 백미밥과 현미밥을 비롯, 10가지 즉석밥을 판매 중이다. 즉석밥 시장에서 하림보다 많은 라인업을 보유한 건 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햇반 정도다. 2위 오뚜기가 하림과 비슷한 10여 종을 운영 중이며 3위 동원F&B는 5~6종에 불과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같은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엔 장단점이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는 건 장점이다.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이 중 한두 개라도 구매하게 된다면 초기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핵심 제품군의 경우 이미 '1순위' 제품이 있다는 것도 이유다. 예를 들어 교자 만두의 경우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슷한 교자 만두만 출시해 점유율 1위 제품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중소 제조사의 경우 이런 전략을 취하기 어렵다. 제조 설비 때문이다. 하지만 하림은 대형 제조시설을 갖춘 대기업이다.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하림산업의 HMR공장 퍼스트키친은 12만㎡가 넘는 대형 공장이다. 한 번에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하림산업이 지난 10월 출시한 더미식 만두 9종/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다만 초반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하림이 선보인 HMR 중 더미식 즉석밥 정도만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미식 즉석밥은 올해 3분기까지 1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 점유율은 약 4%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림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장인라면'의 경우 3분기까지 1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조원대 국내 라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으로 미미하다. 매출이 빠르게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하림산업의 공장 가동률은 냉동식품이 58.6%, 조미식품이 41.7%인데 비해 면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처럼 생산능력을 갖춘 신규 사업자라면 다양한 품목을 동시에 선보여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초기 안착에 실패하면 그만큼 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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