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재현 CJ 회장, 딸·사위에게 콘텐츠 사업 맡긴 속내는

  • 2024.02.22(목) 15:21

사위 정종환 총괄, 콘텐츠·글로벌사업 담당
장녀 이경후 실장, 음악사업 CCO 겸직…역할 확대
'남매 계열분리' 위한 준비 분석도…시기 상조

/그래픽=비즈워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 CJ 글로벌 인티그레이션(Global Integration) 실장이 CJ ENM의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선봉에 선다. 정 실장이 지주사가 아닌 사업회사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역량을 보여줄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 실장도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음악콘텐츠사업본부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겸직하게 되면서 역할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CJ그룹이 이 회장과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처럼 이경후 실장과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도 향후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방향으로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해외 사업' 이끈 정종환 실장, 역할 커졌다

CJ ENM은 지난 16일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콘텐츠·글로벌사업총괄에 정종환 CJ 실장을 선임했다. 콘텐츠·글로벌사업총괄은 이번에 신설된 자리다. 예능, 시사, 교양 등 논스크립트사업과 글로벌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업을 총괄한다.

정 신임 총괄은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남편이다. 정 총괄이 CJ ENM에 합류하면서 부부가 함께 그룹의 콘텐츠 사업을 이끌게 됐다. 정 총괄은 198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를 거쳐 2010년 CJ 미국 본부에 합류했다. 

정 총괄의 경력은 미국 사업, 특히 인수·합병(M&A)에 집중돼 있다. 정 총괄은 2019년 CJ그룹이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할 당시 그룹 해외 통합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북미사업 확대와 슈완스의 인수 후 작업에 참여했다. 슈완스 인수 후 작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이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실장,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보다 빨리 승진한 셈이다.

당시 슈완스는 그룹의 재무 부담을 키운 ‘원흉’으로 꼽혔다. 슈완스 인수로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CJ제일제당의 한식 제품과 슈완스의 공장, 유통망, 브랜드가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가 됐다. 

실제로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의 미국 매출은 2019년 2조6756억원에서 2023년 4조3807억원으로 4년만에 1.6배 성장했다. 전체 식품사업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2.8%에서 지난해 47.8%로 늘었다. 지난해 4분기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선 것도 슈완스의 공이 컸다.

정 총괄은 2020년부터 CJ 미주본사 대표 및 글로벌 인티그레이션팀장을 맡아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가 최근 가장 공들였던 사업 중 하나는 '피프스시즌' 인수다. 피프스시즌은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기획, 제작, 유통하는 글로벌 프로덕션이다. CJ ENM은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초 피프스시즌의 지분 80%를 7억8538만달러(약 9300억원)에 사들였다. 정 총괄은 인수 후 통합 작업에 참여한 것은 물론 피프스시즌의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실 CJ ENM은 피프스시즌을 인수한 직후에는 인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4개월간 이어진 헐리우드의 작가·배우조합 파업으로 콘텐츠 제작이 중단되면서 피프스시즌은 적자의 늪에 빠졌고 이는 곧바로 CJ ENM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현재는 파업이 종료돼 헐리우드가 정상화 되면서 본격적인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실제로 피프스시즌은 TV시리즈 등의 딜리버리(작품 납품)가 재개되면서 지난해 4분기 1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피프스시즌의 올해 딜리버리 목표는 약 25편이다.
계열분리 위한 사전 준비?…"시기상조"

정 총괄이 CJ ENM에서 중책을 맡게된 것은 그가 해외 사업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것은 물론 최근 피프스시즌을 통해 콘텐츠 사업에도 관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 총괄은 영화, TV 드라마 같은 스크립트사업 외의 예능, 교양, 시사 프로그램 사업에 주력하고 글로벌 콘텐츠 유통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동안 지주사에서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정 총괄이 사업회사에서도 차세대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역량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정 총괄의 배우자인 이경후 실장도 CJ ENM에서의 역할이 커졌다. 그동안 브랜드 전략을 담당해왔던 이 실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음악콘텐츠사업본부에 신설된 CCO도 겸직하게 됐다. 이 실장은 음악콘텐츠사업본부의 IP(콘텐츠 지식재산권)전략실장도 겸임해왔다. 신설된 CCO는 IP전략실장 직위의 이름을 변경하고 역할을 확대한 자리다. 이 실장은 음악사업 IP를 창의적으로 개발, 활용하는 최고책임자로서 CJ ENM의 음악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실장과 정 총괄 부부가 CJ ENM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실장 부부와 달리, 이선호 실장은 CJ그룹의 근간인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을 맡고 있는 만큼 향후 남매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계열분리보다는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남매처럼 역할을 나누되 협업을 이어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CJ그룹의 식품사업과 엔터사업이 이미 ‘K콘텐츠’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시너지를 내고 있는 만큼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또 이경후·이선호 실장의 승계작업도 아직 진행 중인 만큼 계열분리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이 회장 역시 최근 계열사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을 재개하면서 당분간 두 남매와 정 총괄의 경영 능력을 살펴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