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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적자' 배스킨라빈스, 명예 회복 나선다

  • 2024.07.24(수) 07:00

비알코리아, 지난해 첫 적자 기록
트렌드 변화·신제품 부재 '발목'
소르베·젤라또 등 신제품 확대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아이스크림 전문점 시장을 평정한 배스킨라빈스가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는 신제품과 탕후루 등에 밀린 디저트 수요, 높은 가격, 그룹 이슈 등이 적자 전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젤라또·샤베트 등의 라인업을 늘리며 경쟁력을 키우는 등 명예 회복에 나서고 있다.

배라가 적자라고?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7065억원과 영업손실 2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7% 줄었고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비알코리아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2022년까지 23년간 단 한 차례도 영업이익이 100억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알짜 계열사였다. 

징조는 있었다. 비알코리아는 2022년 영업이익 3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해인 2021년 792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매출이 5% 늘어나는 동안 매출원가는 13.9% 급증하는 등 원재료가 부담이 급증한 게 치명적이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0% 줄어드는 동안 매출원가는 6.7% 줄어드는 데 그쳤다. 

빙과류 배스킨라빈스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비용은 계속 늘었다.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판매관리비 항목에서 전년 대비 1.1% 늘어난 3679억원을 지출했다. 급여와 세금 등 대부분의 비용이 늘어났지만 특히 판매촉진비가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비용을 투입한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비알코리아의 실적 악화는 배스킨라빈스의 부진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배스킨라빈스의 매출은 2022년 5859억원에서 지난해 4967억원으로 15% 넘게 줄었다. 반면, 던킨은 2057억원에서 2099억원으로 2% 늘었다. 비알코리아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배스킨라빈스 매출이 감소하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발길 끊은 이유

배스킨라빈스의 부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엔데믹 이후 이어지고 있는 불황을 꼽을 수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 2021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던 빙과류 소매 판매 매출은 2022년 소폭 반등했고 지난해에도 4% 넘게 늘었다. 반면 매년 10%대 성장률을 이어가던 배스킨라빈스는 빙과류 반등이 시작된 2022년 매출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았고 지난해엔 역성장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객단가가 높은 고급 아이스크림인 배스킨라빈스 대신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빙과류를 구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불황에 매출이 반등한 빙과류/사진=비즈워치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탕후루 열풍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은 젊은 층의 식사 후 디저트 메뉴로 포지셔닝돼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성수기인 지난해 여름, 탕후루가 디저트 시장을 휩쓸면서 배스킨라빈스의 주력 고객인 1020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분석이다. 

어느덧 식상해진 제품 구성도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층이 배스킨라빈스를 외면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배스킨라빈스는 13종의 이달의맛 아이스크림을 내놨다. 이 중 12종이 우유·요거트·치즈 등 유제품 베이스를 중심으로 토핑이나 다른 아이스크림을 블렌딩한 맛이다. 그나마 7월의 맛이었던 라이언망고마카롱이 애플망고샤베트를 베이스로 하며 색깔을 달리했을 뿐이다. 

여기에 몇 년간 불거진 그룹 이슈도 배스킨라빈스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SPC그룹이 국내 제빵 1위기업인 만큼 작은 이슈에도 소비자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SPC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도 일정 부분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배라가 달라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배스킨라빈스도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반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저렴한 공장제 빙과류와 가격 경쟁은 불가능한 만큼 배스킨라빈스의 장점인 다양한 메뉴 구성을 더 강화하고 젤라또·소르베 등 기존 배스킨라빈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던 제품군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올해 들어 내놓은 신제품 중 과일이나 소르베(샤베트)를 활용한 제품이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3월에는 딸기 소르베를 활용한 '탕탕 스트로베리'를 내놨고, 4월엔 바나나 퓨레를 이용한 '아이스도쿄바나나'를 출시했다. 이달에는 패션후르츠와 애플망고, 오렌지, 사과 소르베를 섞은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를 선보였다. 

우주에서 아이스크림 행성을 찾아 신제품을 지구로 가져왔다는 콘셉트를 입힌 '언텁쇼'/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스토리텔링 강화도 배스킨라빈스가 새롭게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지난 5월말 우주라이크봉봉을 출시하면서 IT업계의 '언팩쇼'를 차용한 '언텁쇼'를 열고 우주 콘셉트의 행사를 치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도 가상의 해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콘셉트로 7월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달에는 구글과 손잡고 생성형 인공지능 '제미나이'가 신제품을 제안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간 배스킨라빈스가 잘 다루지 않았던 젤라또(이탈리아 스타일 아이스크림)류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문을 연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에서 젤라또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4월엔 망고·피스타치오 젤라또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이달 말부터는 한남동 HIVE 한남 매장에서도 젤라또 9종 판매에 나섰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워크샵 매장에서 처음 선보인 젤라또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판매 공간 확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반응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젤라또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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