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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 주문이 훨씬 이득"…피자 속 '파이(π)' 이야기

  • 2024.08.11(일) 13:00

[생활의 발견]피자 크기 별 가격 비교
라지 사이즈가 가격 대비 면적 비율 높아
남는 피자는 '냉동 후 해동'하면 거의 비슷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미국 전통 음식

저녁 자리에서 잡담을 나누다가 각 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야 당연히 김치로 시작되구요. 일본은 스시(초밥)일까 우동일까 라면일까, 태국은 팟타이일까 똠얌꿍일까 하는, 딱히 쓸 데는 없는 소소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저희의 대화는 미국까지 흘러갔습니다. 미국이야 역사가 길지 않은 나라이니 전통 음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애매하겠지만 그래도 미국과 미국인 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있게 마련이니까요. 도넛을 이야기한 사람도, 햄버거를 이야기한 사람도 있었지만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건 피자였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래픽=비즈워치

모두가 알고 있듯 피자는 원래 이탈리아 음식입니다. 신대륙으로 넘어간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먹기 시작한 피자에 치즈와 토핑이 점점 불어나면서 지금의 '아메리칸 피자'가 탄생했죠. 아메리칸 피자가 미군을 통해 우리나라로 넘어온 뒤로 피자는 또 한 번의 '마개조'를 거칩니다. 불고기 피자를 시작으로 온갖 토핑이 듬뿍 올라가 한 손으로 들고 먹기 어려울 정도의 피자들이 외식·배달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피자를 주문할 때마다 늘 고민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레귤러 사이즈를 시키느냐, 라지 사이즈를 시키느냐입니다. 레귤러 사이즈를 시키자니 뭔가 가성비가 살짝 떨어지는 것 같고 라지 사이즈를 시키자니 가격이 확 비싸지죠. 그래서 한 번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피자를 시키는 게 더 이득인 걸까요.

레귤러냐 라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우선 피자 가격을 한 번 훑어 볼까요. 한 브랜드 안에서도 토핑이나 도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만큼 임의로 인기 제품을 몇 개 뽑아 봤습니다. 피자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인 A사의 한 피자는 레귤러 사이즈 피자 한 판 가격이 2만8000원이구요. 라지 사이즈 피자 가격은 3만3900원입니다. 가격 차이는 21.1%입니다. B사의 피자를 살펴보니 레귤러 사이즈 가격이 3만500원, 라지 사이즈 가격이 3만6900원이었습니다. 여기도 가격 차이가 21%였죠. 

이랜드 피자몰의 피자/사진제공=이랜드

또다른 중견 브랜드의 기본 메뉴도 살펴봤습니다. 레귤러가 1만6900원, 라지가 1만9900원으로 17%정도 차이가 납니다. 다른 여러 브랜드들도 살펴봤는데 얼추 비슷했습니다. 레귤러 사이즈 피자와 라지 사이즈 피자의 가격은 대략 15~25% 차이가 납니다. 

가격을 봤으니 양을 봐야겠죠. 피자업계에서 '레귤러 사이즈'란 통상 지름이 10인치라는 의미입니다. '라지 사이즈'는 13인치가 일반적입니다. 지름으로 비교하면 레귤러와 라지는 30% 차이입니다. 가격이 15~25%정도 비쌌으니, 양이 늘어난 만큼 가격도 올린 것 같죠. 이러면 뭘 먹든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반지름X반지름X3.14

하지만 피자는 직사각형이 아닌 원형이고, 우리는 초등학교 때(혹은 국민학교 때)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배웠습니다. 둥근 피자의 양을 지름으로만 비교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죠. 30여 년 전의 추억을 되살리며 두 피자의 넓이를 구해 보겠습니다.

공식에 따라 반지름의 제곱에 파이(약 3.14)를 곱하면 피자의 넓이가 나오겠죠. 레귤러 피자의 반지름은 5인치이므로 5x5x3.14=약 78.5제곱인치가 나옵니다. 13인치인 라지 피자는 어떨까요. 6.5x6.5x3.14=132.7제곱인치입니다. 지름으로는 30% 차이였지만 면적으로는 무려 69%나 차이가 납니다. 

엣지를 제외한 '토핑 면적'만 보면 차이가 더 커집니다. 요즘은 치즈엣지부터 크럼블엣지, 골드엣지, 소보로엣지 등 다양한 엣지가 있지만 그래도 "엣지는 손잡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죠. 전체 피자의 지름에서 엣지만큼의 길이를 뺀 후 똑같은 공식을 적용하면 '토핑 면적'이 나옵니다.

레귤러 vs 라지 피자 크기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엣지 부분의 길이가 1인치라고 할 때 전체 지름에서 차지하는 길이는 2인치겠죠. 피자 전체에서 엣지 부분을 제외한 작은 원 면적을 계산하면 레귤러 피자는 50제곱인치, 라지 피자는 95제곱인치가 나옵니다. 라지 피자가 레귤러 피자보다 90% 더 크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쯤 되면 20%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라지 피자를 먹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레귤러 피자 1+1인 셈이거든요. 물론 모든 사람이 가격 대비 양을 가장 중요시하지는 않겠죠. 누군가는 싸게 먹는 것보다 먹다 남은 피자가 생기지 않는 게 중요할 겁니다. 

하지만 내가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 사이엔 레귤러 사이즈와 라지 사이즈 피자만큼의 차이가 있죠. 먹다 남은 피자는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또 감쪽같기도 하구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늘 저녁은 아무래도 피자일 것 같습니다. 어떤 사이즈냐구요? 당연히 '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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