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 카메라의 명가 '인스탁스'가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포토프린터로 국내 MZ세대 공략에 나선다. 2030에게 인생네컷·포토이즘 등 셀프 즉석사진관이 필수 여가 코스로 자리잡은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포토프린터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AR에 콜라주까지
한국후지필름은 서울 마포구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1월 5일 차세대 포토프린터 '인스탁스 미니 링크 3'을 공식 출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인스탁스 미니 링크 3는 인스탁스 미니 링크 2 출시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신제품은 빠른 인화 속도 등 기존 모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편집 기능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3초 인터벌 촬영 후 사진을 골라 4~6컷으로 나눠 출력할 수 있는 '클릭 투 콜라주'와 사진의 배경에 3D 입체 효과·데코 효과 등을 집어넣을 수 있는 'AiR 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 찍은 사진뿐만 아니라 기존에 찍어 저장했던 사진에도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비디오 촬영도 가능하다. 화면을 녹화한 뒤 사진에 QR코드를 추가하면 이를 스캔해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친구들끼리 만나 스티커 사진을 찍고 나눠 갖는 MZ세대의 문화를 언제 어디서건 즐길 수 있다는 게 후지필름의 설명이다.
안병규 한국후지필름 인스탁스 팀장은 "사진을 찍는다는 기능적 관점을 넘어, 사진을 찍으며 놀고 포토프린터로 뽑아 서로 나눠 주는 콘셉트를 담았다"며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를 액티비티로 만들어 줘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제품의 스펙이 2년 전 출시된 링크 2와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링크 2와 링크 3는 모두 800X600 픽셀과 해상도 318dpi, 출력시간 15초, 완충시 100매 인쇄 가능 등 스펙이 동일하다. 본체 크기도 91.9㎜x36.4㎜x124.8㎜(링크 2)와 90㎜x37.3㎜x125㎜로 거의 같고 무게도 210g으로 동일하다. 사실상 링크 2의 '소프트 업데이트' 모델인 셈이다.
유행 넘어 문화로
후지필름의 즉석 사진기 부문은 일본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98년 '인스탁스' 론칭 후 미국의 폴라로이드사와 즉석사진기 시장을 양분했던 후지필름은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쇠락과 반등을 거듭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날로그·레트로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필름 카메라와 즉석 카메라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후지필름의 이미징 부문 매출은 2021년 3334억엔에서 지난해 4697억엔으로 2년 새 40.9% 늘어났다. 이 중 인스탁스의 매출이 1500억엔으로 전체의 30%가 넘는다. 후지필름 이미징 부문은 올해 1분기에도 1307억엔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4.2% 고성장했다.
즉석 사진기·포토프린터 시장의 성장은 인생네컷·포토이즘으로 대표되는 셀프 즉석 사진관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코트라(KOTRA)가 공개한 '중국 셀프 포토부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즉석 셀프 사진업 매출액은 7097억위안(약 136조원)으로 2021년 대비 200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69억원 수준이던 셀프 즉석 사진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49억원으로 3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대표 브랜드인 '인생네컷'을 운영하는 엘케이벤쳐스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놀이시설 운영 중단 등 외부 활동을 억제하면서 무인으로 운영되고 친구들끼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셀프 즉석사진관 시장이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전문적인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가볍게 일상을 남기는 용도의 사진 촬영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즉석사진관' 소비가 포토프린터 등 휴대용 사진 인쇄기 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기대다.
야마모토 마사토 후지필름 이미징솔루션 사업부장은 "카메라를 커뮤니케이션 툴로 사용하려는 니즈가 젊은 층에게 존재한다"며 "모든 게 디지털로 집중되는 시대에 손으로 만지고 나눌 수 있는 아날로그 필름의 매력이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