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업계 2위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과의 높은 연계성을 앞세워 배달의민족을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쿠팡이츠가 성장에 탄력을 받은 만큼 올해 배달의민족과 치열한 선두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1000만명의 선택
쿠팡이츠는 빠르면 올해 1분기(1~3월) 내 '1000만 고객'이 이용하는 배달앱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963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404만명(72.1%) 늘었다.
쿠팡이츠가 이처럼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배달비 0원'이라는 파격적인 시도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부터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해 왔던 할인 혜택을 없애는 대신 배달비를 무료로 전환했다. 당시 배달비에 큰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이를 계기로 쿠팡이츠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쿠팡이 멤버십 월회비를 인상했음에도 쿠팡이츠는 견고했다. 당초 업계에선 쿠팡의 멤버십 가격이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오르자 고객 이탈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소비자들은 멤버십 하나로 배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음식 배달비도 아낄 수 있어 '이 정도 가격은 납득이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곧 쿠팡이츠의 입지 확대로 이어졌다.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2023년 13.7%에서 지난해 25.7%로 1년 새 12%포인트 높아졌다.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3위에 머물렀던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선데 이어 이제는 1위인 배민을 위협하는 상대로 급부상했다.와우 업고 맹추격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쿠팡이츠를 사용하는 고객 수는 배민(2243만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배민은 이미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 여력이 적다. 반면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 회원을 고객으로 빨아들일 여력이 남아있다. 쿠팡의 와우 회원 수는 2023년 말 14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배민의 구독 프로그램 '배민클럽'의 무료 체험 기간 종료가 임박한 만큼 일부 소비자들이 쿠팡이츠로 옮겨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배민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사전에 배민클럽 가입을 신청한 고객에 한해 최소 1개월에서 최대 1년간 알뜰배달(묶음배달) 배달비 무제한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프로모션 기간으로 배민클럽의 월 이용 요금이 1990원(정상가 3990원)에 불과하지만 체험 기간 종료 후에는 추가 구독없이 와우 멤버십 내에서 최대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쿠팡이츠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배달앱이 오히려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배달가를 매장가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지금같은 불경기에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경우 '매장에서 먹는 게 더 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커지며 배달 앱을 이용하는 고객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가격제 시행 여부는 점주들 마음에 달렸다. 이는 업체에서 별도의 고지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