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상품 없앤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울트라콜'을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종료합니다. 울트라콜은 배달의민족이 10여 년간 운영해온 정액제 광고 상품으로 흔히 '깃발꽂기'라고 불립니다. 가게 소재지가 아닌 곳에서도 '깃발'을 꽂고 가게를 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광고 상품입니다. 깃발은 개당 8만원, 부가세를 포함하면 8만8000원입니다. 깃발 개수를 늘리면 가게가 노출되는 지역이 넓어집니다.
주문 건당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보다 초기 부담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보니, 많은 업주들이 배달앱 이용 초기에 울트라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달의민족 초창기부터 운영된 대표 광고 상품인 만큼 한때 꽤 많은 매출을 내는 '효자'였습니다. 그런데도 배달의민족이 울트라콜을 종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일 가게를 통합하기 위한 UI 개편 때문입니다.
배민 앱을 이용해보신 분이라면 앱 상에서 같은 가게가 두 번씩 노출되는 경우를 자주 보셨을 겁니다. 같은 가게가 '배민배달(OD)', '가게배달(MP)'을 모두 운영하면 두 개의 가게인 것처럼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배민배달은 배달의민족이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수행하는 서비스입니다.
반면 가게배달은 음식점이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거나 배달대행업체와 계약해 배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배달 방식만 다를 뿐 같은 가게가 앱 상에서 중복으로 보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배달의민족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하나로 통합해 같은 가게가 한번에 보이도록 하는 UI 개편을 단행합니다.
이번 UI 개편으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등 두 개로 나뉜 탭이 '음식배달' 하나로 합쳐집니다. 울트라콜은 가게배달용 광고 상품입니다. 가게배달 탭이 사라지니 이곳에 광고를 하는 울트라콜도 자연스럽게 종료 수순을 밟는 겁니다.
출혈 경쟁 논란
배달의민족이 울트라콜을 종료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출혈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 때문인데요. 업주는 깃발을 복수로 구매해 가게를 중복 노출 시킬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이라면 깃발 개수가 많은 가게가 우선 노출됩니다.
가게를 더 많은 지역에 알리고 더 많은 배달 주문을 받으려면 깃발을 여러 개 꽂아야 합니다. 한때는 한 업주가 수백개의 깃발을 꽂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금력이 있는 가게가 앱 노출 기회를 독차지한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깃발 개수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출혈 경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깃발 탓에 같은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여러 곳의 영업 지역이 겹치는 문제도 있었죠.
게다가 깃발을 여러개 꽂는다 하더라도 모두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주문이 이뤄지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매달 고정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이 업주에게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울트라콜은 국감에서도 여러 차례 질타를 받았는데요.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깃발꽂기 경쟁이 심화해 중복으로 꽂힌 지역에서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2023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깃발을 안 꽂으면 광고 노출이 떨어지니 업체끼리 무리한 경쟁을 하는 구조"라고 질타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는 아예 울트라콜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가게배달 사라질까
울트라콜이 종료되면 울트라콜이 야기했던 출혈경쟁 문제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업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울트라콜이 종료되면서 강제로 정률제 상품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울트라콜이 종료되면 이제 배달의민족 내 가게배달의 광고 상품은 '오픈리스트' 하나만 남게 됩니다. 오픈리스트는 주문건당 6.8%를 수수료로 받는 정률제 광고 상품입니다. 가게배달만 하고 싶은 업주라면 울트라콜이 사라지면서 반드시 오픈리스트로 광고 상품을 바꿔야 합니다. 매달 깃발 한두개만 꽂던 업주라면 수수료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더 불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울트라콜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달리 기본 수요가 존재해 정액제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어서죠. 정률제 상품을 이용해야 하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니 불만이 클 겁니다. 또 아직 가게배달 의존도가 높은 지방의 업주들에게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만 최근 울트라콜의 광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게배달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소비자들은 대부분 '한집배달', '알뜰배달'과 같은 OD를 선호합니다. 배달 시간도 빠르고 '배민클럽'을 쓰면 배달비도 무료죠. 과거에는 배달의민족 업주 대부분이 울트라콜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많은 업주가 OD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울트라콜 매출은 4년 전과 비교해 현재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울트라콜 종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배달앱 시장은 이미 배민배달과 같은 OD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면서 배달앱이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OD가 대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100% OD 모델로 시작한 배달앱입니다. 배달의민족 역시 쿠팡이츠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한집배달, 알뜰배달과 같은 OD를 확대해왔습니다.
이번에 배달의민족이 UI를 개편하면서 가게배달 이용 건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UI가 개편되면 고객은 한 페이지에서 한번에 '한집배달', '알뜰배달', '가게배달'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가게배달은 일반적으로 배달 시간이 더 소요되고 배달비도 붙습니다. 소비자가 굳이 가게배달을 택할 이유가 없죠.
울트라콜 종료는 이런 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시장이 바뀌면서 초창기 배달의민족을 성장시켰던 대표 광고 상품도 이제 사라집니다. 다음 변화는 어떤 것이 될까요? 배달의민족의 성장뿐 아니라 업주들의 성장도 함께하는 변화가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