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다양한 스킨케어 성분들이 있다. 히알루론산, 세라마이드, 판테놀, 펩타이드, 나이아신아마이드 등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은 성분이 많다. 이런 성분들은 다양한 화장품 회사와 브랜드를 통해 화장품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성분의 이름을 볼 때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 이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레티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많은 소비자들이 레티놀 하면 떠올리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케어 브랜드 '아이오페'다. 아이오페는 벌써 31년간 레티놀을 연구해온 선두 브랜드다. 최근에는 11세대 '처방 레티놀' 제품을 통해 '레티놀 화장품은 까다롭다'는 인식도 해소하며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전혜미 아모레퍼시픽 럭셔리MC팀 차장과 박지현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팀 과장을 만나 아이오페의 '처방 레티놀'에 대해 들어봤다.
연구원도 바르는 그 성분
레티놀은 비타민 A의 일종이다. 20세기 들어 발견된 후 주로 전문 처방 성분으로 사용돼 왔다. 이런 레티놀이 화장품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레티놀이 우리 피부에 있는 레티놀 수용체와 결합하면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던 시기였다. 아이오페도 1994년 미국 미시건 대학과 손잡고 레티놀의 안티에이징 효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레티놀이 상당히 불안정한 성분이어서 다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레티놀은 빛, 공기, 수분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탓에 피부 속에 전달되기 전 쉽게 파괴된다. 또 강력한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는 만큼 피부 자극이 있을 수 있다. 박지현 과장은 "당시 레티놀은 화장품으로 만들 원료를 찾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게다가 레티놀은 굉장히 까다롭고 불안정한 성분이기 때문에 화장품화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이오페가 세운 과제는 두 가지였다. '어떻게 레티놀 성분을 안정화 시키고 잘 보존해 피부에 온전히 전달되게 할 것인가'와 '어떻게 피부에 대한 자극을 줄일 것인가'였다. 아이오페는 3년간의 연구 끝에 마침내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레티놀을 화장품화 하는 데 성공했다.
1997년 출시한 '레티놀2500'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오페의 레티놀 2500은 아직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용어가 시장에 자리매김 하기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 화장품으로 심사 완료를 받았다. 박 과장은 "레티놀 2500은 한국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대중화 한 제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아이오페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레티놀 연구를 지속해왔다. 레티놀의 자극은 더 줄이면서 안티에이징 효능은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또 아시아 여성의 피부에 적합한 레티놀 함량을 도출하고 레티놀 안정화에 적합한 제형과 생산기술을 확보하는 연구도 이어졌다. 레티놀을 캡슐로 씌우거나 서방형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레티놀의 분자 구조를 완전히 바꿔 안정성을 대폭 개선하는 기술도 완성했다. 아이오페가 출원한 레티놀 관련 국내 특허 수만 25건에 달한다. 아이오페는 국제 학술회의에서 23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저자극·고효능
이렇게 아이오페는 10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듭해 2023년 11세대 제품인 '레티놀 슈퍼 바운스 세럼'을 내놨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오페의 '처방 레티놀' 포뮬라(성분 배합)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처방 레티놀은 아이오페가 개발한 레티놀 복합체인 '레티놀 RX'의 '별명'이다. 레티놀 RX는 아이오페가 독자 개발한 레티노이드(레티놀 화합물) '아이오페 셀레티노이드'와 순수 레티놀, 다른 레티노이드 성분을 배합한 포뮬라다.
박 과장은 "자극 요소는 아예 제거해버리고 피부에서 변환이나 유효 성분 손실 없이 바로 흡수될 수 있게 만든 레티노이드"라고 설명했다. 처방 레티놀이라는 별칭에 대해 전혜미 차장은 "아이오페의 기술력을 담아 피부의 레티놀 수용체에 맞춰 분자 단위까지 촘촘하게 직접 설계해 처방했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라고 밝혔다.

11세대 레티놀 슈퍼 바운스 세럼의 가장 큰 장점은 매일, 낮에도 발라도 된다는 점이다. 전 차장은 "레티놀은 자극이 있어 격일로 발라야 하거나 밤에만 발라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면서 "반면 11세대 슈퍼 바운스 세럼은 자극을 줄여 레티놀 효과를 누리면서도 낮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박 과장도 "레티놀 슈퍼 바운스 세럼은 아이오페의 31년 레티놀 연구와 기술력이 방점을 찍은 제품"이라며 "강력한 효과와 저자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최고로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 하에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오페는 지난 4월 레티놀RX 담은 겔 마스크팩 제품을 내놓으며 제품 라인업도 확장했다. 겔 마스크팩도 슈퍼 바운스 세럼과 똑같이 1%의 레티놀RX(에센스 내용물 기준)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아이오페는 지난달부터 '처방 레티놀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레티놀의 효능과 아이오페의 기술력을 더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이다.
처방 레티놀이라는 별칭을 사용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아이오페는 지난달 레티놀 슈퍼 바운스 세럼의 피부 효능을 담은 시리즈 영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또 피부과 전문의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술 서밋(Summit)을 열기도 했다.
전 차장은 "피부 전문가, 화장품 연구원들도 안티에이징에 가장 좋은 성분으로 레티놀을 꼽는다"면서 "아이오페가 많은 연구 인력을 투입해 오랜 시간 연구한 성분이라는 점을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여주되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20대도·해외도 홀렸다
현재 레티놀 화장품 시장은 점차 아이오페의 슈퍼 바운스 세럼과 같은 저자극·고효능 제품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박 과장은 "기존에는 고객들이 단순히 순수 레티놀 함량을 보고 제품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수많은 레티노이드들 중에서 자극은 적으면서 효과는 큰, 그러면서도 자신의 피부에 잘 맞는 제품을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레티놀 화장품을 소비하는 고객의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노화 고민이 시작되는 3040뿐만 아니라 20대 고객도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박 과장은 "지금은 20대도 안티에이징에 일찍 접근하고 있고 SNS를 통해 눈에 보이는 효과를 빠르게 공유하고 있어 고객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아이오페도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샘플링 이벤트 등 20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전 차장은 "과거에는 배우 전인화 씨, 고소영 씨 등 '빅모델'을 기용했지만 최근에는 고객들이 신뢰하는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제품 효능을 직접 알리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레티놀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이오페는 미국과 일본에서 제품을 판매 중인데 두 시장에서 모두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아이오페는 최근 안티에이징에 관심이 더 뜨거운 미국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나갈 예정이다. 전 차장은 "아이오페는 모든 인종의 피부에서 레티놀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를 시험해 범용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계속 알리는 활동을 펼치는 한편 미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 차장은 "레티놀 제품은 앞으로도 계속 육성해나갈 카테고리"라면서 "고객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계속 발굴해 캠페인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