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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주스 좋았는데"…그 많던 '쥬씨'는 다 어디로 갔을까

  • 2025.09.05(금) 08:28

2016년 정점 찍고 매년 내리막
매장수 800개에서 101개로 감소
브랜드 다각화로 반등 노린다

쥬씨 매장 전경/사진=쥬씨

얼음과 함께 시원하게 갈아 만든 '수박주스' 한 잔. 카페에서는 이미 여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빽다방은 최근 4년간 '우리수박주스' 누적 판매량이 476만잔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산 수박 소비량만 1675톤에 달한다. 투썸플레이스도 올여름 수박주스 판매량이 100만잔을 넘어섰다. 이디야커피, 할리스 등도 수박 메뉴 인기에 힘입어 매출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런 수박주스 열풍 속에서도 웃지 못하는 곳이 있다. 한때 '생과일주스 원조'로 불렸던 '쥬씨(JUICY)'다. 쥬씨는 저렴한 가격에 생과일 수박주스를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투썸플레이스·할리스의 수박주스 가격이 6000원대를 훌쩍 넘어설 때 쥬씨에서는 3000~5000원대에 생과일 수박주스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쥬씨 매장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왜 일까.

생과일주스하면 '쥬씨'

쥬씨는 2010년 9월 건국대 앞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1ℓ 생과일주스' 콘셉트로 M 사이즈 '1500원' XL 사이즈 '2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전략을 내세웠다.

쥬씨 수박주스/사진=쥬씨

윤석재 쥬씨 대표는 본인이 청과물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B급 과일을 저렴하게 대량 구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었다.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확보한 과일 덕분에 소비자에게 '가성비 생과일주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특히 쥬씨의 '딸바(딸기+바나나)'주스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히트했다. 여름철이면 수박주스가 불티나게 팔렸다. 한여름에는 50여 일 만에 80만잔이 판매되기도 했다.

인기에 힘입어 쥬씨는 2015년 법인으로 전환하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에 뛰어들었다. 7000만원 내외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데다, 간단한 메뉴 구성까지 더해져 창업 희망자가 몰렸다. 가맹점은 2016년 805호점까지 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매출도 2015년 97억7000만원에서 2016년 433억1000만원으로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26억8000만원에서 이듬해 131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정점 찍고 내리막

그러나 쥬씨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쥬씨가 잘되자 '쥬스식스', '떼루아' 등 미투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며 경쟁이 과열됐다.

생과일주스 특성상 하절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도 발목을 잡았다. 실제 쥬씨 가맹점의 동절기 매출은 하절기보다 약 30%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후 변화에 따른 과일 원가 급등,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면서 쥬씨를 압박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쥬씨가 정점을 찍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각종 논란이 터졌다. 2017년 '1ℓ 생과일주스'로 홍보해 온 쥬씨가 용량을 속여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쥬씨가 1ℓ 사이즈로 판매했던 컵의 실제 용량은 830㎖에 불과했고, 컵에 담긴 음료도 600~780㎖ 수준에 그쳤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허위 광고를 이유로 쥬씨에 과징금 2600만원을 부과했다. 이후 쥬씨는 1ℓ 문구를 전면 철수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MSG 주스' 논란이 불거졌다. 과일주스에 넣는 '쥬씨믹스'에 MSG가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MSG 자체는 안전한 성분이지만 '생과일 100%'를 내세운 쥬씨의 브랜드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줬다.

위생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매장에서 믹서기를 하루 종일 세척하지 않고 남은 주스를 재사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소비자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쥬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반등을 시도했다. 2019년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바꾸고 인테리어를 전면 교체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샌드위치·컵 과일·건조 과일 등 사이드 메뉴를 내놓고 배달 서비스도 확대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내리막을 걸었다. 2017년 1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래 계속 적자가 이어졌다. 가맹점은 2016년 805개에서 2017년 727개, 2018년 594개, 2023년에는 245개로 급감했다. 매출도 2016년 433억원에서 2024년 41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부활 가능성은?

현재 쥬씨는 전국에 1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800여 개점을 운영하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쉽게 눈에 띄진 않지만, 여전히 '생과일주스'를 메인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본사인 '쥬씨주식회사'는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했다. '쥬씨'에 주력하기보다 제2의 브랜드를 육성해 쥬씨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겠다는 취지다. 커피 전문점 '쥬시프레소'를 시작으로 900원대 밀크티 '차얌', 망고 전문점 '고망고' 등을 선보였다. 

 

쥬씨 계열사 브랜드/사진=쥬씨주식회사

또 초밥 전문점 '호랑이초밥', 샐러드 전문점 '잇피티', 제과제빵 브랜드 '두넛샵, 한식 브랜드 '빗갈', '강적', '뚝딱설렁탕' 등 외식 브랜드까지 열었다. 하지만 신규 브랜드 모두 쥬씨의 명성을 이을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쥬씨는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과일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급성장했지만, 품질 논란과 브랜드 신뢰 하락이 치명타였다"며 "한 번 무너진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음료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단순히 메뉴 확장에 그치지 않고, 품질 관리와 브랜드 리빌딩 전략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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