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이 새 수장을 맞이한다. 수년간 이어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이번 인사가 위기에 빠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구하는 '소방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한 지붕 4인 대표
신세계인터내셔날 조직 개편의 핵심은 '4인 대표 체제' 전환이다.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건 물론, 대기업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먼저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당초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이끌던 윌리엄 김 전 대표는 2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코스메틱(화장품)' 부문의 운영 방식이다. 신세계그룹은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통합돼 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업 부문을 '코스메틱 1(전 Label3)'과 '코스메틱 2(전 Label4)', '자주' 세 부문으로 나눠 각각 대표를 1명씩 배치했다. 급격하게 바뀌는 시장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연작'과 '로이비', '아이엠' 등 기초 화장품 브랜드가 중심인 코스메틱1부문은 서민성 대표가 책임지게 됐다. 여기에 '어뮤즈'와 '비디비치' 등 색조 화장품 위주의 코스메틱2부문은 이승민 어뮤즈 대표가 맡는다. 기존 뷰티·라이프스타일 부문을 이끌어온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앞으로 자주 브랜드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코스메틱 부문에 젊은 리더들을 배치한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뷰티 혁신 전략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되는 서민성 대표는 1980년생이다. 이승민 대표의 경우 인사 개편으로 '그룹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화장품 주요 소비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감각을 토대로 브랜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은 건 실적 회복인데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2년 코로나19에 따른 '기저 효과'를 누린 이후 수년째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2분기 기준 적자를 내기도 했다.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코스메틱 사업의 성장세와 달리, 핵심 사업인 패션 부문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해외 판로 확장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독점 운영권을 얻어 국내에서 전개하는 기조가 강했다면 앞으로는 자사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내수 시장에서의 한계를 해외에서 돌파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상황이다.
이미 해외 공략을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싱가포르에 첫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열고 '스튜디오 톰보이', '보브', '맨온더분'은 물론 '로우로우', 비디비치, 자주 등 6개의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홍보 차원을 넘어 글로벌 내 인지도를 제고하고 현지 시장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 성격이 짙다.
김덕주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해외패션본부장을 역임할 당시 글로벌 유망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전에는 코스메틱 부문과 신세계백화점 럭셔리·해외 패션을 담당하며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쌓아왔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글로벌 패션·뷰티 전문가'로 꼽히는 김 대표가 해외에 자사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성패를 가늠하는 일종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각 부문에서 전문성을 지닌 대표이사들이 탁월한 감각으로 시장을 읽고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해외 브랜드의 독점 유통망 확보를 활발히 전개할 뿐만 아니라 자사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