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편의점 산업은 변곡점을 맞았다. 출점 경쟁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오던 과거와 달리, 점포 수 확대에 제동이 걸리며 전형적인 성숙기 산업의 모습이 뚜렷했다. 이에 주요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공통적으로 양적보다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공식이 바꼈다
편의점 업계의 올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점포 수 둔화다. 지난 3분기 국내 편의점 4사의 전국 점포 수는 총 5만3731개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1121개 줄어든 수치다. 이들 업체가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점포들을 고려했을 때 실제 폐점 규모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는 이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올해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포를 폐점하는 대신 우량점, 특화점 위주로 구조를 재편하는 데 집중했다.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고 점포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GS25는 올해 출점 속도를 낮추고 우량점 비중을 높이는 전략에 공을 들였다. 이는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의 의중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허 대표는 지난해 말 취임과 동시에 '본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 중심 경영'을 핵심 과제로 삼은 바 있다. 덕분에 올해 출점한 신규점의 3분기 매출 성장률은 기존 점포의 평균(4.4%)을 상회했다.
CU는 신개념 콘셉트 점포를 늘리는 데 속도를 냈다. 특히 CU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지난해 명동역점에 '건강식품 특화존'을 마련해 실수요를 테스트, 올 하반기부터 6000개가 넘는 점포에서 건기식을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의류와 화장품, 신선식품 등 편의점 업계가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상품들로 차별화를 꾀했다. 젊은 고객은 물론 늘어나는 1~2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차세대 가맹 운영 모델인 '뉴웨이브'를 앞세운 점포 혁신과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에 주력했다. 이마트24는 '트렌드 큐레이션 편의점'을 목표로 일부 매장 내 상품과 공간을 경험 중심으로 탈바꿈했다.새로운 게 필요해
자체 브랜드(PB) 강화도 올해 주요 전략 중 하나였다. CU는 올해 기존 마스터 자체 브랜드(PB) '헤이루'를 '피빅'으로 리뉴얼했다.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과 달리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해 고물가에 따른 '가성비' 수요에 대응한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24는 올해 초 먹거리부터 비식품까지 아우르는 '상상의끝'을 시작으로 '옐로우', '성수310' 등 다수 PB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히트 상품 제조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셰프들과의 협업 상품 출시 역시 활발했다. 빠른 상품 기획과 유통이 가능한 편의점의 강점과 셰프 전문성이 결합되면서 차별화된 간편식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올해 정지선·최강록·박은영 등 유명 셰프와 협업한 간편식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GS25는 지난 8월부터 에드워드 리 셰프와 손잡고 편의점 먹거리 초격차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매장 내 서비스 고도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요 편의점들은 올해 '퀵커머스' 확대에 속도를 냈다. 점포 네트워크를 활용해 근거리 장보기 수요가 증가하는 기조에 발맞춰 고객의 접근성과 쇼핑 편의성을 대폭 강화하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CU와 GS25는 올해 모두 네이버 '지금배달'과 쿠팡이츠 '장보기·쇼핑' 카테고리에 입점했다.어쩔 수 없네
하지만 이 같은 체질 개선 노력에도 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었다. 온라인 전환 흐름이 빨라지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가 압박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유통업계 매출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서 54.1%로 확대됐다. 그러는 동안 편의점 비중은 15.6%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떨어졌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최근 20년 이상 근속한 만 46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세븐일레븐을 전개하는 코리아세븐 역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달에는 이마트24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마트24는 지난 9월 말 손익분기점(BEP) 기준으로 삼아왔던 6000개점이 붕괴된 데다,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부담이 누적된 상황이다. 강도 높은 비용 절감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산업이 이제 출점이 아닌 '선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무분별한 점포 수 확대가 더는 성장의 해법이 되지 않는 만큼 '어떤 점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생존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향후 상품 기획력과 운영 효율성, 디지털 전환 역량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급 과잉 단계를 넘어 구조 재편 국면에 들어선 만큼 점포 하나당 수익성과 브랜드 차별화 수준이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며 "가맹점주의 운영 부담을 낮추는 지원 체계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