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업계가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공통 전략은 단순히 점포 확장이 아닌, 국내에서 검증된 'K리테일 운영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한국형 유통 시스템을 현지 소비 환경에 맞게 풀어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한국이랑 똑같네?"
‘K대형마트’ 모델 이식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롯데마트다.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롯데마트는 성숙기에 접어든 내수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핵심 거점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현재 롯데마트는 베트남 15개, 인도네시아 48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특히 롯데마트는 최근 해외 점포에서 국내 성공 모델을 이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리뉴얼 오픈한 베트남 다낭점과 나짱점은 한국에서 검증된 '식료품(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재정비했다. 다낭점은 식품 매장 면적을 기존 대비 약 30% 확대했다. 나짱점은 신선식품과 즉석조리 식품 등 핵심 먹거리 중심으로 상품 구색을 강화했다. 국내 대형마트의 강점인 그로서리를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델리 특화 매장 '요리하다 키친'의 존재감도 키우고 있다. 요리하다 키친은 롯데마트가 국내에서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오픈한 점포에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핵심 콘텐츠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해 천호점과 구리점을 신규 출점하면서 요리하다 키친을 매장 입구에 전진 배치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롯데마트는 자체 'FIC(식품 혁신센터)'에서 연구·개발(R&D)한 K푸드를 해외 점포에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K쇼핑 경험을 구현한 공간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지난달 몽골 텡게르점에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를 입구에 숍인숍으로 배치, 800여 종의 인기 상품을 한 공간에 집약시켰다. 여기에 김밥, 족발, 후라이드 치킨 등을 판매하는 K푸드 중심 '다이닝존'도 대폭 강화했다. 장보기와 식사를 동시에 즐기는 한국형 대형마트 문화를 그대로 적용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라오스에 위치한 노브랜드 매장 역시 주목할 만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현지에서 보기 드문 '1+1 할인' 행사와 시식·시음 이벤트를 적극 도입했다. 가격 경쟁력과 한국식 판촉, 체험형 마케팅을 접목해 현지 소비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라오스 매장은 재방문 고객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K'만의 노하우
이처럼 대형마트 업체들이 해외에서 한국식 운영 모델을 강조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K컬처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K푸드와 K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식 상품 구성과 진열 방식이 현지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한국 브랜드가 운영하는 마트'라는 점만으로도 높은 품질과 트렌디한 K상품을 기대하는 수요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출 국가의 유통 환경이 아직 '시스템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도 국내 대형마트들에게는 호재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가 진출한 신흥 시장들은 대체로 소형 상점이나 재래시장 중심의 유통 구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체계적인 대형 유통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냉장·냉동 유통망(콜드체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곳이 많다. 따라서 한국 대형마트가 보유한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과 품질 관리 역량이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K리테일을 얼마나 더 정교하게 구현해낼 것이냐'가 대형마트의 해외 사업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점포의 성과보다 현지 소비자 생활 방식과 유통 생태계에 깊이 스며들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해져서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대형마트의 해외 진출이 단순 브랜드 수출 단계를 넘어 운영 시스템과 노하우 자체를 파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마트들은 현지 소비 패턴과 소득 수준에 맞춘 한국식 상품 구성과 운영 효율화, 가격 정책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먼저 롯데마트는 올 하반기 베트남에 추가 출점하는 점포 2곳을 그로서리 매장으로 선보이고 식품 경쟁력을 앞세운 수익 구조 안정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마트는 마스터 프랜차이즈(MF) 파트너사와의 협의를 통해 진출국 내에서 다양한 유통 포맷을 실험, 수출 품목과 PB 상품군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진출한 지역들은 중산층 확대와 함께 위생, 안전, 식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곳"이라며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관리가 잘 된 유통 채널을 선택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