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 구다이글로벌이 영토 확장 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그간 유망 인디 브랜드의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해 덩치를 키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유통 인프라를 공유하는 '전략적 지분 동맹'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영권 대신 '지분 투자'
스킨케어 브랜드 '토리든'은 최근 구다이글로벌과 글로벌 사업 확장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브랜드 통합이나 경영권 이전이 아닌, 토리든의 독립적인 경영 체계를 유지하는 소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추진된다.
구다이글로벌은 그간 '조선미녀', '티르티르', '크레이버코퍼레이션(스킨1004)', '서린컴퍼니(라운드랩)', '스킨푸드' 등 주요 K뷰티 브랜드의 경영권을 직접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토리든을 상대로는 경영권 인수 대신 소수 지분 투자 방식을 선택했다. 토리든의 매출액은 2023년 673억원에서 2024년 1860억원, 2025년 2743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99억원에서 604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이미 연매출 2000억원을 넘어선 데다 높은 수익성까지 입증한 토리든은 자체적인 성장 기반을 갖춘 브랜드로 평가된다.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글로벌 사업 역량도 상당 수준 확보했다. 이에 경영권을 인수해 직접 육성하기보다 기존 경영 체계와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구다이글로벌의 글로벌 유통망과 사업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다이글로벌 측은 "이번 투자는 당사가 소수 지분 투자를 진행한 첫 사례"라며 "현재 토리든의 경영권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토리든 역시 글로벌 사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현지 네트워크와 사업 운영 역량을 갖춘 파트너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그간 토리든은 자체적인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본·중국·동남아·북미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성장해 왔다.
다만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국가별 유통 구조와 소비자 특성에 맞춰 판매 채널과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자체 역량만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토리든은 구다이글로벌이 보유한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을 활용해 신규 시장 진출과 해외 유통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존 브랜드 정체성과 경영 체계는 유지하면서 구다이글로벌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글로벌 사업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리든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토리든이 축적해 온 브랜드 가치와 독립성을 기반으로 주도적인 글로벌 성장 기반을 견고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장 방식 다변화
이번 투자는 구다이글로벌이 기존의 경영권 인수 중심 전략을 한 단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브랜드를 직접 인수해 성장시키는 방식에 더해, 독립성을 유지한 유망 브랜드와 지분을 매개로 협력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처음 도입하면서다.
그간 구다이글로벌은 잇단 M&A를 통해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구다이글로벌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3년 1394억원에서 2024년 3731억원, 2025년 1조47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 역시 2025년 2734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앞으로 유망 K뷰티 인디 브랜드에 투자하고 성장 과정에 필요한 역량을 지원하는 '상생 경영'을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토리든 투자가 그 첫 사례다.
이 같은 전략적 지분 투자는 뷰티업계에서도 활용돼 온 성장 방식이다. 경영권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투자하고 각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결합해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은 유망 화장품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왔다. 국내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등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뷰티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달바글로벌 역시 최근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쿠오카'를 운영하는 쿠오카스킨의 지분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또 이번 협력은 구다이글로벌이 '글로벌 K뷰티 유통 플랫폼'의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구다이글로벌은 스킨1004를 보유한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우마(UMMA)'를 함께 확보했다. 우마를 통해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다양한 K뷰티 브랜드의 해외 판매를 지원하며 글로벌 온라인 유통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 2월에는 미국 K-뷰티 유통사 '한성USA'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과 공급 역량까지 확보했다. 한성USA는 미국 뷰티 전문점 얼타뷰티와 코스트코 등 주요 유통 채널에 K뷰티 브랜드를 공급하고 현지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다이글로벌은 온라인 플랫폼 우마와 미국 현지 유통사 한성USA를 확보하면서 브랜드를 직접 인수하지 않더라도 외부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토리든과의 협력 역시 구다이글로벌이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과 사업 역량을 외부 브랜드와 연계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이 사업 모델의 한 축이었다면 앞으로는 K뷰티 인디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상생 경영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재 토리든 외에 추가 투자가 결정된 브랜드는 없지만, 앞으로 유망 인디 뷰티 브랜드에 대한 지분 투자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