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대형 인수합병(M&A)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초부터 화장품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킨케어 브랜드 '토리든'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어진 실적 부진에 대규모 자금 투입 부담이 커진 점이 인수 문턱을 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몸값 부담?
LG생활건강은 최근 토리든의 인수를 더는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1월 토리든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코스알엑스' 인수 덕을 톡톡히 본 아모레퍼시픽처럼 LG생활건강 역시 검증된 인디 브랜드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했다.
토리든은 국내외 뷰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인디 브랜드 중 하나다. 친환경·클린뷰티 콘셉트를 기반으로 성분 중심 소비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흡수, 올리브영과 세포라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하며 브랜드 영향력을 키워왔다. 덕분에 토리든의 지난해 매출은 2743억원, 영업이익은 6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7.5%, 16.2%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양사 간 '제반 조건 차이'가 이번 거래 무산의 배경이 됐다는 입장이다. 인수 가격이나 향후 미래 계획 등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인디 브랜드들은 현재 M&A 시장에서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반영된 상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토리든 역시 5000억원대의 몸값이 거론되기도 했다.
문제는 LG생활건강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부진 장기화와 면세 채널 위축, 주력 브랜드 경쟁력 약화 등이 겹치며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지난 1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2.3% 감소한 7711억원, 영업이익은 386억원으로 43.2% 줄었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럭셔리 브랜드 '더후' 중심 전략도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이 사업 재정비를 통한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백화점·면세점 등 전통 채널을 정리, 화장품 사업부와 HDB(홈케어·데일리뷰티) 사업부 조직을 세분화에 나서기도 했다.선별적 투자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원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말 기준 LG생활건강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2351억원이다. 잠재력 있는 브랜드에 투자할 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실적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인 만큼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기보다 '회복'에 방점을 찍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M&A 실패' 전례가 보수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LG생활건강은 과거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에는 미국 화장품 기업 '더 에이본'을 1450억원에, 이듬해에는 '피지오겔' 브랜드의 아시아·북미 지역 사업권을 1900억원에 취득했다. 2022년에는 1485억원을 투입해 미국 MZ세대 타깃 뷰티 브랜드 '더 크렘샵' 지분 65%도 사들였다.
그러나 인수 이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수년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더 에이본은 지난해 30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7.5% 확대됐다. 더 에이본은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래 계속 순손실을 내는 '아픈 손가락'과도 같다. 이 기간 더 크렘샵은 156억원의 순손실 거두며 적자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은 M&A 가능성은 계속해서 열어둘 생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디 브랜드 확보 필요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몸값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재무 안정성과 시너지를 보다 면밀히 따지는 보수적인 접근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뷰티·웰니스 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 정립과 기존 주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새 비전에 부합하고 해외 성장 잠재력이 높은 브랜드와 기술에 대해서는 전략적 투자와 협력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